[시론] 서남해권 RE100산단 조성의 의미

입력 2025-07-22 00:32

이재명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RE100(Renewable Energy 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업단지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아직 구체적으로 후보지가 확정정되지는 않았으나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등을 고려한다면 서남해권(전남)에 RE100 산단이 우선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구는 끝없이 줄고, 급기야 소멸 위기를 걱정하는 처지에 이른 전남의 가치가 비로소 인정받게 된 것이다.

RE100은 영국 비영리단체 더 클라이밋의 캠페인에서 시작됐다.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기후 위기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방법으로 2014년 기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세계적으로는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차·기아, SK하이닉스 등 3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RE100 산단은 입주한 기업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해 전력을 충당하는 곳으로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역점 사업이다.

그동안 전남이 가지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중요함을 일깨우는 주요 프로젝트들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청정 전남, 블루 이코노미’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대 8.2GW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한국에너지공과대 건립, 화순 백신·면역치료 바이오산업 거점 육성, 전국 최초 ‘농업인 공익수당’ 도입, ‘새천년 인재 육성 프로젝트’ 등이 그것이다. 법·제도적 제약, 권한 미약, 미흡한 기반시설, 예산 제약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서남해안의 해안선, 바람, 일조량 등을 감안한 해상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은 전남의 확실한 비교우위 자원을 산업화한 시도였다. 기후변화, 탄소중립, RE100 등 세계적인 추세와도 일치한다.

여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매우 컸다. 전남도는 김영록 지사를 중심으로 전 직원이 힘을 모아 쉽게 성과를 내기 어려운 여건임에도 뚝심 있게 정면으로 부딪쳐 고군분투했다고 한다. 물론 어민 수용성 향상, 대규모 국내외 기업 유치 등의 과제 또한 남아 있지만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육성은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최근 이재명정부가 RE100 산단을 서남권에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수 있었던 것도 이를 밑바닥부터 준비해온 전남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RE100 산단은 지금까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산업화의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낙후된 전남과 서남권을 일거에 우뚝 서게 할 절호의 기회이자 전환점이 될 것이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RE100 산단과 이를 뒷받침하는 AI 신도시가 들어선 전남을 상상이 아닌 구체적으로 실현될 미래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정부는 12·3 비상계엄 이후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보다 강력하게 자리잡게 할 의무가 있다. 동시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호남이 경제적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난 6월 이 대통령이 광주·전남 타운홀미팅을 통해 국가산업단지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전남도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문서로 전달하면서 이재명정부의 RE100 산단 조성 필요성을 현실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물론 RE100 산단은 이제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정부는 산업자원부 1차관을 단장으로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 실장급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했고,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은 것이다.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동시에 국립의대 설립,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 AI 신도시 조성, 대기업 유치 등의 현안도 본격 추진되길 바란다.

이건철 전 전남발전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