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거푸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장례식장은 깔끔하고 편리했지만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마음이 찜찜했다. 전도서는 ‘초상집 가는 것이 잔칫집 가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그곳에서는 내 삶의 끝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련된 장례식장에서 우리는 죽음과 삶을 성찰하기 쉽지 않다. 요즘의 조문은 죽은 자보다 산 자에게 집중한다. 영정 사진 앞에서 잠깐 기도하고 유족과 인사를 마치면 식탁에서 대화를 나누다 오래지 않아 자리를 뜬다. 대화 내용은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것이 대부분이다. 카페에서 주고받아도 충분할 고만고만한 이야기들이다. 고인에 대한 이야기는 기껏해야 사망 경위에 대한 것일 뿐, 조문객은 고인의 삶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너무 슬픈 죽음만이 그 삶을 살짝 들려줄 뿐이다.
죄의 삯인 죽음은 삶에 가해지는 잔인한 폭력이다. 하지만 우리는 죽은 자로부터 시선을 돌려 애써 죽음의 고통과 슬픔을 미루려 한다. 상가에서 유족의 구슬픈 애곡 소리도 점점 안 들려온다. 어느 누구의 죽음도 결코 가볍지 않다. 죽음을 무겁게 직면해야 삶이 깊어진다는 전도자의 지혜를 생각하자.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