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예기치 않은 은혜

입력 2025-07-23 03:05

로마서 8장 28절은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여과 없이 보여 주는 놀라운 생명의 말씀입니다. 기독교 신앙이 말하는 믿음은 바로 하나님의 섭리를 읽는 눈을 가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안다’라는 말은 헬라어 원어로 ‘오이다멘’이라고 합니다. 오이다멘은 신앙의 확신을 나타내는 말로 ‘체험적으로 분명히 믿고 있다’는 뜻입니다. 얼마 전 예기치 않은 시간에 예기치 않은 짧은 고통을 통해 다시금 로마서 8장 28절 말씀의 능력을 체험했습니다. 갑자기 신장 결석으로 인한 통증으로 세 차례나 응급실 신세를 졌습니다. 그 와중에 두 차례 체외충격파쇄석술을 받았으나 실패하고 입원한 뒤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모든 일이 한 주간에 갑자기 일어났습니다.

처음에는 극심한 통증을 견뎌야 했습니다. 진통제를 맞아 통증이 가신 뒤에는 이런저런 근심이 몰려왔습니다. 수술 전후로 밤마다 예기치 않은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밤새도록 말씀을 붙들고 묵상했습니다. 그때 주신 말씀이 바로 로마서 8장 28절이었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이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러자 한순간에 두려움의 먹구름이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감사가 봇물 터지듯 나왔습니다.

첫째로 주신 감사는 이것입니다. 오랜만에 휴가를 이용해 뉴욕에서 직장 생활 하는 큰딸을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출발하기 한 주 전 발병해 한국에서 치료를 받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감사하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둘째는 ‘질병도 축복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신 겁니다. 그동안 얼마나 교만하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하나님께서 손을 놓으시면 한순간에 모든 게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음을, 무엇보다 지금까지 누려왔던 모든 일상이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였음을 깨달았습니다.

17세기 영국성공회 주교이자 신학자, 설교자였던 제러미 테일러는 1650년과 1651년 두 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거룩한 삶’과 ‘거룩한 죽음’입니다. 이 책은 순례의 여정을 걷는 그리스도인의 삶과 죽음을 잘 설명하는 놀라운 내용을 다룹니다. 저자는 질병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질병은 하나님의 큰 축복일 수 있다. 그것은 사람의 교만을 꺾고 세상의 쾌락에 대한 애착을 줄이며 허무함을 깨닫게 한다. 건강할 때 잊고 지내던 영혼의 필요를 다시 상기시키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질병은 하나님의 큰 축복일 수 있습니다. 건강하고 고난 없는 삶은 분명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입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감사함으로 받으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크신 은혜요 축복입니다. 예기치 않은 시간에, 예기치 않은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이 계십니까.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은 언제나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 모든 것을 협력해 선을 이뤄 가실 것입니다.

김영복 목사(서울 갈릴리교회)

◇갈릴리교회는 1968년 감리교 여성 지도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박현숙(1896~1980) 장로 기념교회로 세워졌습니다. 또 누구보다 사람과 교회를 사랑했던 ‘시대의 작은 예수’ 전태일 열사를 배출한 교회이기도 합니다.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성지로써 갈릴리교회는 예수님의 사랑과 정이 가득 흘러넘치는 예수 공동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