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 나서도 안된 ‘도심복합사업’… 李 정부서 힘받나

입력 2025-07-21 00:10 수정 2025-07-21 00:10
지난 15일 서울 중구 약수역 인근 도심복합개발 복합지구의 모습. 약수역 인근 지구는 역세권임에도 언덕이 많고 건축물 높이를 4층 이하로 개발해야 하는 부지 특성상 사업성이 낮아 개발되지 못하고 노후화한 상태다.

이재명정부가 6·27 대출 규제 이후 부동산 정책의 방점을 ‘공급 확대’에 찍었다. 방법론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저층 주거지와 역세권 재개발에 따른 직주근접 주택공급을 핵심으로 하는 사업이다. 이 대통령이 대선 당시 활성화하겠다고 공약집에서 밝혔었다. 하지만 낮은 사업성, 주민 간 갈등,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구조적 한계 등이 넘어야 할 산으로 지적된다.

20일 LH에 따르면 전국에서 LH가 추진 중인 도심복합사업 지역은 총 48곳이다. 작은 규모, 낮은 용적률 등으로 민간 재개발이 성사되기 힘든 저층 주거지, 역세권 등에 용적률 상향과 사업 기간 단축 혜택을 주고 공공이 빠르게 개발하기 위해 도입한 모델이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8만157가구가 도심에 공급된다. 서울에서만 6만1790가구 공급이 가능하다.


문제는 사업추진 속도다. 도심복합사업은 2021년 시작했는데, 올해 시공사 선정까지 마친 지역은 2곳(서울 도봉구 쌍문역·방학역 인근)에 불과하다. 당초 사업 제안부터 입주까지 4~5년 내 완료하겠다고 했지만, 사업이 본격 추진될 수 있는 ‘지구지정’ 이후의 절차를 밟고 있는 곳은 20곳에 그친다. 절반 이상은 주민동의조차 아직 받지 못했다.

주민동의를 얻기가 어려운 이유는 뭘까. 외곽 신도시보다 도심의 이해관계자가 더 많이, 더 복잡하게 얽혀있어서다. 삶의 터전을 떠나기 싫은 노인, 계속 세를 받고 싶은 건물주,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청장년층 등의 요구가 엇갈린다.

‘사업 후보지로 정해지면 매매가 어려워진다’는 점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뒤 유주택자와 매매 거래를 하면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인데, 매매 자체가 까다로워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주민 간 다툼, 지자체에 대한 반발, 사업추진 철회 등이 일어난다.

공공개발인 만큼 공공임대주택이나 사회간접자본(SOC)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 된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개발 압력이 높은 도심역세권이다 보니,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고 공공성을 강화한 게 주민들 입장에선 수익성을 되레 떨어트린다고 보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같은 이유로 건설사들도 사업 수주에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쌍문역, 방학역 인근 복합지구는 적은 공사비 등의 문제로 두 차례 유찰됐다.

공공 시행자와 주민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구지정을 위해 필요한 동의율 67%를 25일 만에 넘기는 등 주민 성원이 높은 중구 약수역 인근 복합지구조차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업추진 과정이 ‘깜깜이’라며 주민협의체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 주민협의체 구성을 원하는 A씨는 “LH에서 보상가나 현금청산 금액 등을 먼저 제시해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재우 목원대 부동산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민간처럼 재개발 조합이 있다면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기가 편한데, 공공 시행자가 껴있으니 소통이 어려워지고 그게 불신으로 이어지는 면이 있다”고 짚었다.

LH 담당자들이 순환근무를 하는 점도 추진력을 떨어뜨린다. 담당자가 자주 바뀌면서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글·사진=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