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 대표팀이 아시아컵 모의고사 격으로 치른 이달 평가전을 4연승으로 마무리했다. 한국은 해외파 듀오 이현중(일라와라)과 여준석(시애틀대)의 합류로 높이의 열세를 만회하고 화끈한 외곽 공격, 왕성한 활동량을 동반한 수비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일 안양 정관장 아레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95대 78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 카타르를 상대로 치른 평가전 4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모의고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여준석이 이날 팀 내 최다 24점을 올리고, 이현중은 21점 12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달성하며 승리를 주도했다. 이정현(소노)과 하윤기(KT)는 각각 14점, 13점을 보탰다.
한국은 경기 초반 카타르의 높이에 고전하며 15-24로 끌려갔지만 2쿼터 들어 양준석(LG)과 여준석, 이현중의 연속 3점포가 터지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속공 상황에서 여준석의 덩크슛과 이정현의 앤드원 플레이 등으로 42-36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이후 3쿼터 접전을 거쳐 4쿼터 여준석과 이정현이 연속 득점을 만들어내며 카타르의 추격을 뿌리쳤다.
한국은 이번 평가전 기간 정통 빅맨 유형의 귀화선수 부재에도 대등한 높이 싸움을 벌였다. 202㎝의 장신 포워드 여준석과 이현중의 리바운드와 골밑 수비 가담으로 고질적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내·외곽 공격에 모두 능한 이들의 장점도 빛났다. 한국은 매 경기 10개 이상 3점포를 꽂으며 과거 화려했던 ‘양궁 농구’의 부활을 알렸다. 이날도 3점슛 14방을 터뜨리며 카타르를 제압했다.
안 감독이 부임 후 줄곧 강조해 왔던 적극적 수비도 돋보였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와 수비력이 검증된 베테랑들이 손발을 맞춘 대표팀은 전면 압박 수비에 이은 빠른 공격 전환, 유기적인 도움 수비로 상대를 묶었다.
한국은 다음 달 5일부터 17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 출전한다. FIBA 랭킹 53위의 한국은 A조에서 호주(7위), 레바논(29위), 카타르(87위)와 격돌한다.
안 감독은 “죽음의 조’에서 살아 돌아와서 남자농구의 전설이 되겠다는 각오로 준비하겠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여준석은 “평가전은 이겼지만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며 “지금껏 지려고 나가는 대회는 없었다. 최선을 다해 이기려고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안양=박구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