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성과 보여야”… ‘정중동’ 이재용, 시동은 언제?

입력 2025-07-21 00:22 수정 2025-07-21 00:22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9년 간의 사법 리스크 터널을 빠져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당분간은 공개 행보를 최소화하고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 회장 경영 활동의 가장 큰 족쇄가 풀리긴 했지만 여전히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성과로 리더십을 입증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7일 대법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한 이후 서초동 사옥과 사업장들을 오가며 일상 업무를 이어갔다고 한다. 무죄 확정 뒤 이 회장이나 그룹 차원의 별도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회장 취임 당일(2022년 10월 27일)에도 법정에 출석했을 정도의 골칫거리인 형사재판 문제가 해소된 만큼 이 회장이 경영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이 회장 주변은 여전히 신중 기류가 흐르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내외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영향이란 해석도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미·중 패권 경쟁 심화가, 국내에서는 상법 개정 등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압박이 심화하는 상황이다. 주력인 반도체의 경쟁력도 예전 같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는 족쇄가 해소된 만큼 이 회장이 경영 리더십을 입증하려면 실적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부담이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회사 실적뿐 아니라 ‘재계 맏형’으로서 삼성전자의 역할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회장이 당분간 물밑 행보를 이어가다가 이달 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의 비공개 사교 모임인 ‘구글 캠프’에 참석해 경영 구상을 가다듬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구글 캠프는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2012년부터 매년 주최해온 모임으로, 이 회장이 지난 9~13일 다녀온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와도 유사하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이 회장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런 가운데 삼성SDI·삼성SDS·삼성전기 등 삼성전자 계열사들은 그룹 차원의 ‘책임경영 강화’에 동참하는 취지로 임원 대상 장기성과인센티브(LTI)의 ‘주식기준 보상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LTI는 만 3년 이상 재직한 임원을 대상으로 경영실적에 따른 보상을 향후 3년 동안 매년 나눠서 지급하는 제도다.

이종선 심희정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