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채해병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20일 “공직자 청탁은 물론 관련자로부터 기도 부탁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종교계를 겨냥한 과도한 압수수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목사는 이날 주일예배 설교 후 입장문을 발표하며 “채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관계 기관이나 공직자에게 청탁 등 어떠한 언급도 한 일이 없으며 목회자를 비롯해 어떤 분에게도 사건에 대해 언급하거나 부탁한 일조차도 없다. 또 관련자나 교인 누구로부터도 기도 부탁을 받은 일조차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실을 밝히고 진실을 규명해 국민이 가진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려는 노력을 펼치는 것이 당연하며 필요한 조치라는 것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며,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와 교역자를 비롯한 담임목사인 제 생각도 똑같다”며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사실과 관련 없는 개인이나 기관이 명예를 훼손당하거나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하며 특검 수사팀이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역설했다.
또 “교회는 하나님을 섬기는 예배와 기도의 성스러운 곳으로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신성한 교회의 모습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60만 성도와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을 존중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안병광 장로회장을 비롯한 당회원 일동은 같은 날 오후 낸 입장문에서 채해병 특검팀이 이 목사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이라는 점이나 종교 영역에서의 교회 공간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무리한 압수수색을 주도한 것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특검의 수사 의지를 지지한다”면서도 “종교인과 종교시설에 대한 수사는 각별히 절제된 모습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교계가 국민께 차지하는 정신적·도덕적 상징성이 있고,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대한 우려도 따를 수 있다”며 “필요시 성실히 수사에 협조하도록 요청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수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전날 성명에서 “구체화되지도 않은 단순 의혹 정황을 근거로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에 들이닥쳐 기독교계 원로 목회자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종교 지도자의 명예에 대한 훼손은 교회 자체에 대한 사회적 공적 신뢰 훼손으로 이어진다”며 “무차별적 압수수색은 목회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명예 훼손을 남기는 낙인찍기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채해병 특검은 지난 18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무실과 이 목사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최기영 최승욱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