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영남서 치고 나간 정청래… 호남서 반전 노리는 박찬대

입력 2025-07-20 18:46 수정 2025-07-21 00:24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선 박찬대(왼쪽)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지난 대선 당시 신었던 운동화를 고쳐 신는 모습을 정청래 후보가 웃으며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 초반 정청래 후보가 큰 차이로 박찬대 후보를 따돌리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박 후보는 남은 호남과 수도권 지역 순회경선에서 대역전을 노리고 있다.

20일 실시된 민주당 전당대회 영남권(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권리당원 투표 결과 정 후보가 62.5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박 후보(37.45%)를 큰 차이로 앞섰다. 전날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 결과도 흐름은 비슷했다. 충청권 투표에서 정 후보는 62.77%, 박 후보는 37.2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누적 득표율은 정 후보 62.65%, 박 후보 37.35%다.

정 후보 측은 초반 승기를 바탕으로 기세를 몰아 ‘대세론’을 형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현역 의원 지지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박 후보 측은 권리당원 수가 많은 호남(약 35%)과 수도권(약 40%) 경선에서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역 순회 경선에서는 권리당원 투표(55%) 결과만 공개된다. 대의원 투표(15%)와 일반국민 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는 다음 달 2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발표된다. 대의원 투표나 일반국민 여론조사 모두 권리당원 표심의 영향을 받는 만큼 두 주자는 남은 순회경선 일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부산에서 현장 순회경선을 계획했지만 전국적인 폭우 피해 상황 등을 고려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합동 연설회를 하고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두 후보는 모두 ‘명심(明心)’을 앞세웠다. 정 후보는 “3년 전부터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당대표를 꿈꿨다”며 “얼굴을 보지 않아도 이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안다. 20년 지기 정치적 동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직 당원과 당심, 당원을 하늘처럼 모시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호소했다.

박 후보도 “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라며 “이재명정부의 뜻이 국민에게 닿도록 정치가 먼저 뛰는 ‘선봉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당대표, 당원주권정당을 만들 수 있는 당대표, 영남과 호남이 함께 승리할 수 있는 당을 만들 당대표 박찬대가 진짜”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수해 복구 지원을 위한 경선 일정 연기 문제로 신경전도 벌였다. 박 후보는 수해 복구를 위해 전당대회 일정 전면 중단을 제안했고, 정 후보는 오히려 경선을 앞당겨 끝내고 수해 복구를 하자고 역제안했다. 두 후보는 이날 경선 결과 발표 직후 모두 경기도 가평 수해 현장을 찾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오는 26일(호남권), 27일(경기·인천권) 권리당원 투표를 다음 달 2일 전당대회에서 통합해 치르기로 결정했다. 폭우 피해를 고려해 일부 일정을 연기하되, 당대표 선출 일정 자체는 유지한 것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