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못 보여준 이진숙 낙마… ‘의원불패’ 강선우 지켰다

입력 2025-07-20 18:33 수정 2025-07-21 00:18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및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 예정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희비는 ‘능력’에서 갈렸다는 게 대통령실의 대외적인 명분이다. 이 후보자는 교육 분야 업무 능력에서도 자격 미달 평가를 받았고, 강 후보자는 경험과 능력 모두 출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악화일로인 여론 속에서 이 후보자의 지명철회로 성난 민심을 달래고, 친명(친이재명) ‘믿을 맨’인 강 후보자를 살리는 정무적 결단을 내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대통령은 20일 제자 논문 표절 의혹, 자녀 불법 조기 유학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이 후보자를 지명 철회했다. 대통령실은 청문회에서 노출된 전문성 결여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이 후보자는 전국 학교에서 교육행정정보를 연계 처리하는 나이스(NEIS) 시스템의 명칭을 묻는 질문에 답변이 늦었고, 초·중·고교 법정수업일수를 두고도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여권은 이 후보자의 논문 표절 등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을 고수했다. 자녀 불법 유학 문제는 이 후보자가 사과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교육부 장관으로서 기초적인 업무 범위 파악도 돼 있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대통령실도 더 버티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초·중·고 교육 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낙마 사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강 후보자 임명을 결정한 건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려는 상황에서 관련 분야 경험·능력을 우선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 조직 개편 과정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관련 의정활동 경험이 풍부한 강 후보자가 적임자라고 대통령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21대 국회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운영위원회를 경험했다. 22대 국회에선 복지위 간사와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간호법 제정과 국민연금 개혁 관련 여야 합의를 이끌었다. 정부 출범 이후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보건복지·고용·여성을 다루는 사회1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청문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과 사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좌관 갑질’ 의혹이 국민적 역린을 건드렸음에도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 건 단순히 능력만을 이유로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강 후보자가 현역 의원이라는 게 첫 이유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1기 장관 후보자 19명 가운데 8명을 현역 의원으로 채웠다. 현역 의원을 대거 입각시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빠르게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현역 의원인 강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추후 개각에서 현역 의원의 안정적 입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이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선에서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모양새를 취한 일종의 절충안이라는 평가다. 여가부 업무에 젠더 갈등과 출산율 등 예민한 이슈가 많은 만큼 친명 핵심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강 후보자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만큼 이번 선택이 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끝 모를 갑질과 반복된 거짓 해명으로 국민을 농락한 인사를 장관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은 이재명정부의 오만과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이동환 정우진 한웅희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