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3시 경기도 수원 LG유플러스 단말 검수센터. ‘단말 수명시험’ 팻말이 걸린 검수실 문을 열자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뜨거운 공기가 밀려들었다. 내부 온도계는 40.2도를 가리켰다. 검은 천으로 덮여진 200여개의 셋톱박스가 철제 선반 위에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고온(40~50도)에서 단말기 연속 동작 여부를 확인하는 ‘에이징(Aging) 검사’ 현장이다. 여름철 셋톱박스를 밀폐된 진열장에 넣어두는 등의 다양한 고객 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검사는 2021년 9월부터 이날까지 약 3만3000여시간째 이어지고 있다. 한약방에서나 볼 수 있는 약탕기 안에 단말기를 넣고 약 50도에서 196시간 동안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상기후의 일상화에 대응해 전자기기 검수 시스템도 강화되고 있다. LG유플러스 단말 검수센터는 기본적인 제품 작동 여부부터 고온, 고습, 낙하, 낙뢰, 정전기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검수를 진행한다. 셋톱박스, 공유기, 리모컨, 도어캠 같은 홈서비스 단말기는 출고 전 반드시 이곳 검수센터를 거친다. 윤정희 LG유플러스 품질혁신센터 홈디바이스공급품질관리팀 책임은 “여름철 많은 집에서 에어컨을 가동하지만 그럴 수 없는 ‘코너’ 환경에 놓인 사용자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우리가 검수 작업에 품을 들이는 만큼 고객 불편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기후 외에도 다양한 실사용 환경을 감안한 검수가 벌어진다. 셋톱박스는 실시간 방송 시청 중 끊김 여부를 확인하고 가정별 HDMI 케이블 길이에 따른 신호 안정성, 전송 속도까지 점검한다. 리모컨은 TV 거리·각도에 따른 동작 유무뿐 아니라 리모컨 버튼을 기계 팔로 50만~100만번씩 눌러 버튼의 눌림 깊이, 반응 속도, 입력 오류 여부 등을 모니터링한다.
센터에선 국제 표준 방법인 AQL(합격품질수준) 기준을 따르고 있다. AQL은 전수 검사가 어려운 경우 표본(샘플링) 검사를 통해 전체 품질을 예측하고 일정 수준까지의 불량률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5000대 중 200대 샘플을 검사를 할 경우 불량이 3대 이상이라면 제조업체 전수 검사를 진행한다. 해당 기준은 업체마다 상이한데 LG유플러스 검수센터는 업계 최고 수준의 검수 기준을 설정하고, 신제품 초도물량의 경우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출고를 앞둔 상품뿐 아니라 고객 사용 도중 문제가 발생한 기기도 재확인한다. 고객 불만사항 재현 시험을 통해 불량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날 현장에선 현관문에 설치하는 CCTV인 도어캠 검수가 진행됐다. 불량 원인 분석과 제조업체 표준작업지침서(SOP) 적용, 도어캠 연동 애플리케이션 기능 개선까지 작업이 이뤄진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회사 차원의 컨트롤타워로 품질혁신센터를 운영하면서 꾸준히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관련 고객 불만 역시 감소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수원=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