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투자의견에… SK하이닉스 투자자 혼란

입력 2025-07-21 00:41 수정 2025-07-21 00:41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투자자가 ‘극과 극’으로 나뉜 증권가 투자의견에 혼란을 겪고 있다. 미래 실적을 선반영하는 주가 특성상 내년 실적 전망이 현재 주가 방향을 결정짓는데, 국내 증권가는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의견도 상반돼서다. 특히 국내 한 증권사는 3주도 안 돼 내년 실적 전망을 바꿔 투자자의 원성을 샀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글로벌 IB인 맥쿼리와 JP모건, 씨티 등은 SK하이닉스 목표가를 상향하는 매수 보고서를 냈다. 특히 미국계 IB 씨티의 경우 지난 7일 이 회사 목표가를 35만원에서 43만원으로 상향했다. 40만원이 넘는 목표가는 처음이었다. 보고서를 써낸 IB들은 내년은 물론 당분간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이 영향에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11일 장중 30만65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기준 최근 한 달 외국인은 이 회사 주식을 8098억원 규모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상승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전망과 상반된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7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 HBM 경쟁이 심화하면서 SK하이닉스 HBM 가격이 올해보다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의 등장으로 SK하이닉스의 HBM 독주가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이 영향에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며 SK하이닉스 주가는 17일 하루 8.95% 폭락해 26만9500원으로 내려왔다.

글로벌 IB보다 국내 기업 사정에 밝다고 여겨지는 국내 증권사도 갈팡질팡하면서 투자자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27일 SK하이닉스 목표가를 29만원에서 36만원으로 상향했다. HBM 경쟁이 심화되겠지만 시장 자체의 성장세가 가파르고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주도권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한화증권은 내년 SK하이닉스의 HBM 출하량이 172억Gb(기가바이트) 수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자 한화증권은 불과 3주도 지나지 않아 입장을 바꿨다. 새 보고서에서 내년 출하량 전망치를 160억Gb로 낮추고 “HBM 성장률이 올해보다 둔화될 것”이라며 “HBM4 역시 SK하이닉스가 독점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추가 주가 하락 가능성’도 언급하며 앞선 전망과는 정반대 메시지를 내놔 신뢰성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