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특검, 이종호 ‘김 여사 통한 재판 청탁’ 정황 포착

입력 2025-07-21 02:17 수정 2025-07-21 02:17
통일교 전 간부 윤모씨 소환 조사가 예정된 20일 김건희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 빌딩 앞에 취재진 카메라가 대기하고 있다. ‘건진법사 통일교 청탁 의혹’의 주요 피의자인 윤씨는 특검의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웅 기자

김건희 특검이 김 여사 계좌관리인이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통해 재판 청탁을 한 정황을 포착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특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인천세관 마약사건 은폐 의혹 등에 잇달아 등장하는 이 전 대표를 ‘고리’로 김 여사의 개입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전날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 전 대표를 압수수색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1차 주포’인 이모씨로부터 2022년 6월부터 도이치 사건 1심 선고 전인 2023년 2월까지 총 23차례에 걸쳐 7590만원을 받고, 그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이 전 대표가 ‘김 여사가 재판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VIP(윤 전 대통령)가 도와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이씨 진술을 최근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또 이 전 대표가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서는 그림을 하나 사줘야 하는데, 2000만원짜리 정도는 사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등 구체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정황도 포착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청탁과는 별개로 이씨가 2022년 10월 자신의 제네시스 G90 승용차 리스료 미납으로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경찰 인맥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대가로 두 차례 걸쳐 8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전 대표와 김 여사간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뿐만 아니라 특검이 수사 중인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인천세관 마약사건 은폐 의혹, 채해병 특검이 진행 중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등에 잇달아 등장하는 ‘키맨’으로 꼽힌다. 이 전 대표와 김 여사가 연결된 증거나 진술을 확보해야 특검 수사가 윗선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특검은 21일 오전 10시 이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은 이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 전 대표가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는지,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측에 실제 청탁이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이 전 대표는 변호사의 휴가를 이유로 조사에 입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으나, 특검 측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불응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히자 변호인 없이 출석하기로 했다.

이 전 대표는 제기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 본인도 도이치모터스 사건 공범으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김 여사를 통한 재판 개입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이씨에 대한 경찰수사 무마도 약속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영장에 적시된 25번의 돈거래 중 실제로 이씨를 만나지도 않은 날이 많다며, 이를 입증할 알리바이도 특검에 제출할 계획이다.

박재현 박성영 이서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