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퇴진 위기… 참의원·중의원 모두 여소야대

입력 2025-07-21 00:05 수정 2025-07-21 00:05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0일 밤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참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투표 종료 직후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에서 자민·공명당의 연립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AFP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0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패배로 퇴진 위기에 직면했다. 이시바 내각의 고물가 억제 실패와 대미 무역 협상 차질을 심판당한 자민당은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참의원과 중의원(하원)에서 모두 여소야대 정국에 놓였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자민·공명당의 연립여당 합계 41석 확보로 예측한 자체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 이어 참의원 선거까지 2연패를 당한 책임론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자민·공명당의 연립여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은 이시바 내각 출범 이후 10개월여 동안 정책 실현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여당이 소수당으로 전락해 이시바 내각의 국정 운영도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쌀값 폭등을 포함한 고물가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 외국인 규제 정책을 지목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시바는 가장 자신감을 드러낸 안보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했지만 쌀값 폭등 대응에선 지방 유권자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며 “선거전 막판까지 여당 열세의 흐름이 계속되자 자민당 중진들마저 이시바 내각의 정책적 한계를 비판하며 ‘무기 없이 싸우는 격’이라는 불만을 터뜨렸다”고 짚었다.

일본 도쿄의 한 참의원 선거 투표소 앞에서 20일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내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으로 치러진 이번 선거는 한·일 관계를 포함한 외교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시바 내각은 트럼프 행정부와 6개월간 펼친 무역 협상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시바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무역 협상과 관련해 다른 국가 정상들보다 가장 먼저 백악관을 찾아갔지만 4월에는 24%, 이달 초에는 1% 포인트 인상된 25%의 상호관세율을 통보받았다. 이후 이시바는 “미국이 깔보는데 참을 수 있겠냐”며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지만, 정계에선 로비와 물밑 협상에 능했던 일본 특유의 외교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시바는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어려운 상황이며 겸허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여러 정책에서 국가를 위해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HK는 “연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시바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정권을 유지할 수 있지만 여당 내부에선 이미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자민당 최고고문인 아소 다로 전 총리는 이날 측근들에게 “연임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시바 총리의 퇴진을 입박했다고 TV아사히는 전했다.

이시바가 정권 유지를 위해 야당을 추가로 끌어들여 연정 확대를 시도할 수 있지만, 주요 야당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2007년 참의원 선거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여당 합계 46석을 확보해 대패한 직후 버티기를 시도했지만 2개월 만에 물러났다. 당시에도 집권당이던 자민당은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도 패배해 민주당에 정권을 빼앗겼다. 자민당은 이후 16년 만에 소수 여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