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장애 아닌 난청, 기술 진보로 극복 가능해졌다”

입력 2025-07-22 02:14
최재영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인공와우 장비 중 바깥에 착용하는 어음처리기를 살펴보고 있다. 어음처리기는 외부 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 체내 임플란트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임플란트 3000례, 인공와우가 79%
유전자 정보 분석 정밀 시술도 가능
"청각 관련 뇌기능 소실 전 치료 중요"

일반적으로 소리는 외이(바깥귀)와 중이(고막·이소골), 내이(달팽이관)를 거쳐 들리게 된다. 난청은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겨 말 그대로 소리를 듣기 어려운 질환이다. 외이와 중이에 문제가 있는 '전음성 난청', 내이의 문제로 생기는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구분된다. 또 청력손실 정도(데시벨·dB)에 따라 경도(30dB 미만) 중등도(중간 정도, 30~70dB) 고도(71~90dB) 심도(90dB 초과) 난청으로 나뉜다.

전음성 난청인 경우 외부 소리 진동을 키워주면 되기 때문에 보통 보청기를 착용한다. 중등도의 감각신경성 난청도 어느 정도 보청 재활이 가능하다. 최재영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21일 “하지만 보청기로도 치료가 힘든 난청에 쓸 수 있는 선택지가 바로 청각 임플란트 수술”이라고 설명했다. 감각신경성이거나 고도 이상의 난청이면 청각 임플란트의 효과가 우수하고 유일한 치료법일 때가 많다. 최 교수는 “난청은 더 이상 장애가 아니다. 기술 진보와 함께 이젠 극복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에게 다양한 난청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난청의 근본 해결법은.

“보청기와 청각 임플란트 수술이 있다. 보청기가 나온 이후 어느 정도 난청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보청기로 교정이 어려운 중증일 경우 적용 가능한 인공와우(1988년), 내이와 중이가 없어 보청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환자에게 골전도 임플란트(2005년) 순으로 수술법이 등장했다. 청신경과 중이의 이소골에 각각 문제가 있을 때 하는 청성뇌간이식(2008년), 인공중이(2011년) 수술도 난청을 개척하기 위해 개발됐다.” 최 교수는 “다양한 수술법이 나와 있는 지금은 하나의 난청에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공와우 수술이 가장 많나.

“세브란스병원이 최근 청각 임플란트 수술 3000례를 달성했다. 인공와우가 79.2%으로 가장 많았고 인공중이(13.6%) 골전도 임플란트(6.3%) 청성뇌간이식(0.9%) 순이었다. 인공와우는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해 소리 자극을 전기 신호로 바꿔서 청신경을 통해 뇌로 소리를 전달하는 원리다. 양쪽 귀의 청력이 너무 나빠 보청기로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고도 이상 난청 환자들에게 이뤄진다. 소아는 90dB, 성인은 70dB 이상이 해당한다. 전음성이나 감각신경성, 혼합성, 선천성 혹은 후천성 난청 등 종류에 상관없이 수술 가능하다. 다만 청신경에 이상이 있거나 선천적으로 달팽이관이 없으면 인공와우 수술이 어렵다.”

-인공중이 수술은 누가 받나.

“중이 내 이소골을 직접 자극하는 장치를 넣는 방법이다. 이소골은 소리 진동을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보청기를 착용해도 소리가 명료하지 않거나 보청기 소리에 피로감을 느끼는 감각신경성 난청자, 중이의 구조적 문제로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전음성 난청 환자가 대상이다.”

-골전도 임플란트는 뭔가.

“귀를 거치지 않고 두개골 뼈를 통해 달팽이관에 소리 자극을 전달하는 수술이다. 외이도 폐쇄증 등 외이 또는 중이에 구조적 문제가 있을 때 한다. 내이는 살아있어야 한다. 뼈를 통해 소리 자극을 전달하기 때문에 심한 난청에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수술 가능한 데시벨 범위는 30~65dB 정도다.”

-청성뇌간이식은 언제 필요한가.

“청신경이 선천적으로 없거나 후천적으로 손상을 입어 인공와우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시행한다. 청신경 발달이 되지 않는 경우가 선천성 난청의 5% 정도다. 청신경에 종양(2형 신경섬유종증)이 생기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청신경 뒤쪽에 위치한 뇌간(달팽이핵)에 전극을 심어 청각 정보를 뇌로 직접 전달하는 치료다. 뇌수술을 동반하는 만큼 시행 가능한 병원이 국내에 몇 없다.”

-청각 임플란트 수술에도 재활이 필수라고.

“수술을 받더라도 넓은 범주의 소리를 듣는 데는 아직 제약이 많다. 환자가 편하게 받아들이도록 소리의 주파수와 범위를 조정하는 매핑(Mapping)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술 1~2주 후 첫 매핑을 시작하고 최소 2~3개월간 안정화될때까지 규칙적인 시간 간격을 두고 매핑을 이어간다. 수술 후 청력 회복을 체크하는 지표는 크게 7단계로 나뉘는데, 가장 난도가 높은 게 전화 통화다. 사람 입 모양을 볼 수 없고 자연적인 소리가 아닌 기계음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고 재활하는 게 관건이다.”

-최근 난청 유전자 치료도 주목받고 있다.

“유전성 난청이 의심되면 난청 관련 약 180개의 유전자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패널검사를 시행한다. 또 특정 유전성 난청이 있다고 보이면 유전자 검사를 한다. 이를 통해 난청이 진행성일지 지금 청력 정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지 알 수 있다. 특정 유전자 변이 난청 환자에게 임플란트와 약물을 병용해 청력 회복과 이명 개선을 확인한 바 있다.”

최 교수는 “난청도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진단부터 치료까지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가 가능해지고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청각장애 관련 뇌기능이 소실되기 전에 조기 발견·치료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난청이 심하면 치매 발생 위험이 5배까지 높아지는 걸로 보고됐다. 청각장애를 치료로 극복할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