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사진) 국가안보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정한 관세협상 시한을 12일 남긴 20일 ‘홀 패키지’ 협상 최종 담판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급거 출국했다. 다음 달 1일(현지시간) 25%에 달하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더 협상을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분야 조각이 완료돼 실무협상 관계 장관 진용도 모두 갖춰진 상태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브리핑에서 “위 실장은 지난번에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나 여러 가지 대화를 했던 것이 공개된 바 있다”며 “이번에도 미국의 당국자들과 다양한 경로로 여러 가지 협상을 하기 위해서 떠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돌아오셔서 대통령에게 그 결과를 보고할 것”이라며 “협상에 본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마다 미국 방문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방미 기간 카운터파트인 루비오 장관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이달 초 미국에서 루비오 장관과 면담 후 “통상이나 투자 구매, 안보 등 전반에 걸쳐 망라된 패키지를 종합적으로 협의를 진전시키자고 했고, 이에 루비오 장관이 공감을 표시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미국 측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포함한 국방비 증액 문제와 소고기 수입 등 농축산물 시장·자동차 시장 개방 확대,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까지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는 패키지딜을 타진해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4일과 15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각각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하며 관세협상과 관련한 의견을 구체적으로 청취했다. 개별 기업의 투자 계획과 대응 방안 등에 대한 의견도 자유롭게 나눴다고 한다. 위 실장은 이들을 포함해 재계의 대미 투자 의향 등도 고려한 협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임명안이 재가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외교·통상 분야 수장들도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할 전망이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미 특사단도 오는 23일 방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의원연맹 소속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 13명도 이날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정·관계 주요 인사와 특사단이 워싱턴DC에 집결해 협상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가 좋은 성과를 낸다면 관세협상 시효 전 실무협상을 마무리하고 정상 간 담판 의제로 올릴 수 있다. 그동안 미뤄졌던 한·미 정상회담 역시 개최 시기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반면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한·미 정상회담 역시 관세협상 시효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관세 인하 폭은 극대화하고, 비관세 장벽의 타격은 최소화하며, 안보 분야에서는 한·미 양국의 ‘윈윈’을 끌어내는 것을 최종 협상 목표로 세우고 있다.
최승욱 이동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