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강 체질”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한 남성이 있다. 하루에 담배 두 갑에 주말마다 술자리가 기본인 인물이다. 자외선 차단제나 보습제는 써본 적도 없다. 겉보기엔 건강해 보이던 그에게 변화가 생겼다. 가래가 심해지고 숨 쉬는 것이 불편해졌다. 의료진은 만성 기관지염과 미세한 폐기종 소견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간 수치가 급격히 상승한 것이다. 이미 지방간에서 간염, 간 섬유화가 진행됐고 음주와 피로 약물의 반복 복용이 누적돼 간이 회복 능력을 거의 잃고 있었다. 잦은 야외활동 시 햇빛에 무방비로 노출돼 피부는 과색소 침착과 홍반, 만성 건조 증상을 보였다. 피부 장벽 약화로 접촉성 피부염과 두드러기 발진이 이어지더니 자가면역 피부질환 진단까지 받았다.
그는 폐 기능 저하와 간 기능 손상, 피부 장벽 붕괴란 3가지 방어선이 거의 동시에 무너진 상황에서야 건강을 돌아봤다. 그의 회복 여정은 모든 생활 방식을 바꾸는 데서 시작했다. 금연하고 한 달에 한 번씩 호흡기 상태를 점검했다. 절주하며 식습관을 철저히 조절하고 외출 시 자외선 차단제와 보습제를 발랐다. 실내에선 반드시 가습기를 사용했다. 1년 가까운 노력 끝에 폐의 염증 수치가 줄고 간 수치가 정상화됐으며 피부 또한 진정됐다.
질병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다. 대부분 오랜 시간 신체 내부의 작은 균열이 방치된 결과다. 예방의학이 중요한 이유다.
하루에 평균 2만 번 이상 숨 쉬는 인간의 폐는 공기 중의 미세먼지와 세균, 바이러스와 유해 가스를 무방비로 흡입한다. 그럼에도 바로 아프지 않은 이유는 기관지와 폐포를 보호하는 정교한 방어체계 덕분이다. 코털과 점액, 기관지 섬모는 필터처럼 불순물을 걸러낸다. 이 시스템은 아주 민감하다. 흡연이나 배기가스가 심한 지역에서의 산책, 창문도 열지 않고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습관은 이 방어체계를 약화한다.
아침에 창문을 열고 공기질 확인하기, 외출 후 코 세척 하기, 먼지 많은 날 실외 마스크 착용하기, 하루에 한두 번 깊고 느린 복식호흡으로 폐포를 확장하기…. 이런 습관이 쌓여 면역력을 높여 폐를 보호한다.
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장에서 흡수된 뒤 간문맥이라는 혈관을 거쳐 간으로 간다. 간은 해독의 중심이자 혈액 정화의 주역이다. 과도한 음주와 약물 남용, 고지방 음식 반복 섭취는 이 정화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간세포 변형을 일으킨다. 지방간에 이어 간경변, 간암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간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음식부터 바꿔야 한다. 단맛과 포화지방은 줄이고 물은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단순한 원칙이지만 실천은 어렵다. 현실적 대안은 식사 시간에 맛보다 속도에 집중하는 것이다. 천천히 먹되 양을 반으로 줄이자. 단 한 잔의 술이라도 마신 날엔 이튿날 적절한 휴식과 수분 보충을 해주는 게 좋다. 무심코 복용하는 진통제도 간에 부담을 준다. 보약보다 간에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주는 게 더 중요하다.
피부는 또 다른 차원의 경계선이다. 가장 넓은 면적의 장기임에도 가볍게 치부하는 부위이기도 하다. 피부는 박테리아와 자외선, 온도 변화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장벽이다. 이 장벽은 매일 손상되는데 피부가 손상된 채로 놔두면 감염과 탈수, 피부염증은 물론 면역기능 전체에 영향을 준다. 아토피와 습진, 반복되는 피부병은 피부 표면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안할 때 강한 세정제보다는 순한 클렌징을 선택하자. 너무 뜨거운 물로 샤워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보습은 기온·습도에 맞춰 유연하게 조절하고 자외선 차단을 게을리하지 말자. 나이가 들수록 피부가 얇아지고 회복도 느려져 간단한 상처도 쉽게 악화할 수 있다.
숨 쉬는 방식과 식습관, 씻는 태도가 몸을 지켜내는 방어선을 만든다. 우리는 정기검진이나 건강식품, 의료기기만이 건강을 지키는 것처럼 종종 오해한다. 진짜 예방은 일상에 숨어 있다. ‘하나님의 성전’인 소중한 몸을 지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 이것이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건강법이다.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