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3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들여온 미국 수제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사진)가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론칭 2년 만의 일이다. 파이브가이즈는 매장을 꾸준히 늘리며 외형을 확장했지만 내수 침체와 로열티 부담 등이 매각 검토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운영사인 에프지코리아 매각을 포함해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프지코리아는 한화갤러리아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최근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과 가격 등 구체적인 조건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거래가 성사될 경우 지분 매각 방식이 유력하다.
파이브가이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 부사장이 주도해 지난해 6월 한국에 첫 매장을 열었다. 서울 강남 1호점 개점 당시 일주일 만에 햄버거 1만5000개가 팔리며 화제를 모았다. 오는 25일에는 서울 용산역 아이파크몰에 8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1986년 미국에서 시작한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인 파이브가이즈는 국내에서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에프지코리아는 출범 첫해인 2023년 100억원의 매출과 1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매출 465억원, 영업이익 34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문제는 향후 상황이다. 국내 외식 경기 침체에 더해 미국 본사에 지급하는 브랜드 사용료(로열티) 부담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안착한 만큼 투자금 회수(엑시트) 적기라는 판단에 따라 매각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파이브가이즈의 브랜드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글로벌 본사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2023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식자재 유통·급식업체 아워홈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데 이어 같은 달 자체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을 선보였다. 하지만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실적이 부진하고, 김 부사장이 추진한 외식 브랜드 ‘유동’, ‘파스타X’가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무리한 확장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전방위로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본업인 유통·호텔 부문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신사업 추진 전략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며 “성장성도 중요하지만 리더십을 입증하려면 우선 사업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