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감 수천 번 만지다보니… 손에 감지센서 단 경지됐죠”

입력 2025-07-21 00:23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원바디’ 개발에 참여한 이보람(왼쪽부터) 이한얼 김현철 김도경 프로. 삼성전자 제공

‘쓸수록 손에 익는’ 감각이 가전에도 이식됐다. 인공지능(AI)이 세탁과 건조 패턴을 학습해 사용을 거듭할수록 주인에게 맞춰진다. 세탁건조기에 ‘AI 기능의 집합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게 되기까지는 셀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고 한다. 담당자는 직접 옷감을 수백, 수천 번 만지다보니 손만 대도 건조 정도를 아는 ‘감지 센서’를 얻는 경지에 이르렀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결합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원바디’ 개발자들을 만나 제품 개발 과정과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물론 기술은 앞으로 계속 발전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정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AI가 세탁과 건조, 소음 조절까지 알아서, 그것도 제대로 해주는 제품입니다.” 상품기획을 담당한 이보람 프로는 지난 1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친소비자’가 이번 제품의 핵심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는 “이전에는 ‘기능 하나하나를 다 사용하기 어렵다’는 민원도 있었는데, 신제품은 음성 인식 ‘빅스비’를 강화해 대화하듯 명령과 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AI 기술로 옷감을 감지해 세탁과 건조 성능 역시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옷감이 물을 많이 흡수하면 무게가 늘어나 전류값이 증가하고, 두껍고 뻣뻣한 의류는 통 내부에서 낙하할 때 전류의 떨림량에 변화를 만드는 등 각종 변수가 발생한다. 개발팀은 옷감을 일반·섬세·타월·데님·아웃도어 5종으로 구분해 최적의 세제 양과 세탁 시간, 건조 온도 등을 적용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러 옷감을 같이 넣어도 구별 후 동작을 미세 조정하기에 세탁물의 색상과 재질을 따로 분류하지 않는 ‘귀차니즘’ 소비자도 문제 없도록 한 것이다.

세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음도 AI로 잡는다. 제품 외부 센서로 바닥 환경을 감지하고, 어느 모터 RPM(분당 회전수)에서 진동이 발생하는지를 추적한다. 이후에는 해당 RPM을 회피하도록 모터를 제어해 진동과 소음을 낮추는 방식이다. 진동·소음 부분 개발을 담당한 이한얼 프로는 “AI 진동소음 저감 시스템을 통해 약 3데시벨(dB) 수준의 소음이 저감되는데, 우리 귀에 들리는 소리는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람만큼 ‘똑똑한’ 제품은 시험용 세탁기, 건조기가 멈춘 적이 없을 정도로 계속된 연구를 거친 끝에 탄생했다. 건조성능 개발을 맡은 김도경 프로의 손은 기계만큼 정확한 ‘감지 센서’가 됐다. 김 프로는 “건조기에서 나온 옷들을 매일 만졌더니 이제는 손만 대도 기계에 건조도 측정값이 얼마 정도 나올지를 맞출 수 있다”며 웃었다.

세탁성능 개발 담당 김현철 프로는 “근처 대형마트에서 카트 6~7개를 꽉 채워 옷을 구매한 일이 다반사였다”며 “계산에만 2시간이 걸렸는데, 마트 직원들이 ‘꼭 다시 오라’고 요청했던 해프닝이 개발 과정에 활력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원=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