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한 재해 못 따라가는 방재 인프라

입력 2025-07-19 01:10
16일 오후 경기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도로로 무너지며 고가도로 아래 도로를 지나가던 차량을 덮치는 사고가 났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극한 호우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도시 곳곳이 물바다가 되고 다수가 숨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해마다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으니 매우 안타깝다. 오늘도 많은 비가 예보됐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과잉 대응이란 없다. 철저한 대비로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다.

경기도 오산에서는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지면서 차량을 덮쳐 40대 운전자가 숨졌는데 이는 인재나 다름없다. 전날 옹벽 붕괴가 우려된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왔는데도 오산시가 신속히 대처하지 못한 탓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이한 대응으로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 지금이라도 행정력을 총동원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길 바란다. 특히 반지하 주택이나 독거 주민 거주지, 범람이나 산사태 우려가 있는 취약 지역은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수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신속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복구 대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더 근본적인 접근도 요구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우리 일상이 됐다. 기온이 섭씨 1도 올라갈 때마다 수증기의 최대량은 7% 정도씩 늘어난다. 지구온난화로 폭염이 점점 심해질수록 수증기를 품은 구름이 커지면서 ‘물폭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기습 폭우가 닥칠지 모를 일이다. 충남 서산에는 시간당 최대 114.9㎜(하루 누적 433.8㎜)의 비가 쏟아졌는데 이는 100년에 1번 정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일이 잦아지고 있다. 폭염과 집중 호우가 교차하는 극한 날씨가 어느새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됐지만 우리 도시 인프라와 방재 시스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2년 극한 호우를 겪은 후 방재 목표를 시간당 100㎜로 새로 설정하고 치수 체계 보강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재 처리 수준은 시간당 60~85㎜에 그친다. 지방 중소도시나 농촌 지역은 더 열악하다. 4대강 본류는 정비 이후 홍수가 거의 없지만 방치된 지류·지천에는 여전히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하수도 용량 확대, 하천 정비와 댐 운영 등 홍수 인프라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확충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기후 재난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인프라 확충을 미루다가는 극한 호우가 닥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후 재난 대응에 있어 근본적이고 선제적으로 시스템 전환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