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사그라들었던 부정선거 음모론이 다시 불거져 나오는 분위기다. 주도자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모스 탄(Morse H. Tan·한국명 단현명)은 다섯 살때 이민한 한인이다. 미국의 몇몇 대학 로스쿨 교수로 일했고, 현재 리버티대학교 로스쿨 학장을 맡고 있다.
이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 4월 그를 대사로 지명했다. 임무는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등 중대한 국제 범죄에 대한 정책 조언이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물러난 그가 다시 관심을 받은 건 올해 초부터다. 지난 3월 국내 집회에 참석해 당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했다. 이후 미국에서 설립된 ‘국제선거감시단’에 참여했는데 이 민간단체는 지난달 “한국의 21대 대선은 부정선거이며, 배후에는 중국공산당 간부가 있다”는 주장을 했다. 모스 탄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청소년 시절 집단 성폭행에 가담해 소년원에 수감됐었다는 주장을 한 것도 이때다. 하지만 이 주장들은 모두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다. 이 대통령 관련 내용은 2021년 한 유튜버가 주장했는데 그 유튜버는 허위사실 유포죄로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14일 5박 6일 일정으로 재입국한 모스 탄은 연일 부정선거 주장을 이어갔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와 꽤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그가 역임했던 국제형사사법대사는 국무부 차관보에 상응하는 고위직이고, 그가 재직 중인 리버티대학교는 대선 당시 유세 장소로 활용될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 우호적인 극우 성향이다. 현재 공석인 주한 미국 대사 후보군에 그가 올라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다. 모스 탄 본인의 희망사항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잖아도 복잡한 한·미 관계 상황에서 우리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주한 미대사라니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