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치 강수량이 하루에… 광주 도심서 77명 한때 고립

입력 2025-07-17 23:37
17일 오후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119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 이날 갑작스러운 폭우로 노곡동 일대가 침수됐다. 연합뉴스

영호남에서도 17일 낮부터 ‘극한 호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빗물에 차량과 운전자가 고립되고, 지하철 역사까지 물에 잠겼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광주의 일 강수량은 411.9㎜로 평소 7월 한 달 치 강수량이 하루 만에 쏟아졌다. 이에 북구 오룡동 과학기술원 인근 도로가 잠기면서 로컬푸드 매장에 있던 77명이 통행로가 사라져 고립됐다가 소방당국에 구조됐다. 북구 말바우시장에서는 상점 내부까지 물이 차올라 상인들이 집기류로 물을 퍼내야 했다. 소태천 범람 우려로 소태·용산·운림동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광주 도시철도는 일부 구간 운행을 중단했다.

광주교통공사는 이날 오후 5시쯤 도시철도 1호선 상무역 대합실이 침수되자 화정역∼상무역∼공항역까지 6개 역사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현장 수습 후 전동차 운행을 재개하기로 했다. 광주공항에 오가는 항공편은 모두 결항했으며 전남 섬 지역을 오가는 여객선도 대부분 지연·결항했다.

전남에선 담양군 고서면 고서중학교 앞에서 운전자가 침수된 차량에 갇혔다가 무사히 구조됐다.

대구에선 북구 노곡동 도로 주변 주택들이 1m 넘게 물에 잠겼고, 근처에 주차된 차량 여러 대도 침수됐다. 이에 소방당국은 구명보트 등을 동원해 주민 26명을 대피시켰다. 달서구 서남신시장, 죽전네거리, 야외음악당 등에서는 “배수가 안 돼 도로에 물이 차 있다”는 등 비 피해 관련 신고 60건이 접수돼 소방당국이 현장 조치에 나섰다.

대구시는 쏟아지는 비로 시민 피해가 우려되자 신천 진출입로 37곳과 금호강, 신천 주변 등 하천 둔치 주차장들 진입을 통제하고, 공공야영장 11곳 운영도 중단했다.

시간당 4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경북 청도군 청도읍 구미리에선 산사태가 발생해 민가로 추정되는 건물 1채와 승용차 1대가 토사에 일부 묻힌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역 주민 4명이 긴급 대피했다. 성주군 선남면과 용암면에서는 11개 참외 농가에서 참외 하우스 51개동이 침수 피해를 당했다.

경남 산청군에선 연산마을에 내린 폭우로 토사가 밀려 내려와 주택 1채를 덮쳐 60대 여성 1명이 토사에 하반신이 깔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남소방 특수대응단은 이 여성을 구조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밀양시 무안면 참조은노인요양원에서는 요양원 지대가 낮아 침수가 우려된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보트를 투입, 입소자 41명과 직원 15명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이은창 최일영 이임태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