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일 뿐… 최진호, 투어를 빛내는 관록의 질주

입력 2025-07-19 00:17
올 시즌 상반기 10개 대회 중 8개 대회에서 컷통과에 성공하며 전성기에 버금가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최진호가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KPGA 제공

골프 투어의 흥행은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에 달려 있다. 하지만 더러는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왕년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들의 ‘관록샷’도 투어 흥행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요소다. 올드 팬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도 나이를 잊은 맹활약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베테랑이 있다. 투어 21년차 최진호(41·코웰)다.

최진호는 올 시즌 10개 대회에 출전, 8개 대회에서 컷 통과를 했다.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3위),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공동 7위),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공동 9위) 등 3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제네시스 포인트 6위, 상금순위 12위에 자리하고 있다.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10명 중 40대는 최진호가 유일하다. 20위-18위-12위-76위 등 최근 5년간 성적만 놓고 보더라도 가장 빼어난 활약이다.

그렇다면 최진호가 나이를 잊고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주저 없이 달리기라고 했다.

최진호는 “지난 시즌 종료 이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체력 증진 효과가 크다”며 “출전하는 대회마다 프로암과 연습라운드, 대회 기간 포함 6일의 일정을 소화해도 힘들지 않다. 체력이 보강되니 자연스럽게 성적도 좋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상승 원동력으로 ‘컴퓨터 아이언샷’을 꼽았다. 최진호는 “지난해 그린 적중률 1위(77.1518%)를 기록했다. 아이언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라며 “아이언샷에 대한 확신이 높아지면서 이번 시즌 상반기에도 아이언샷은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최진호의 상반기 아이언 그린 적중률은 비록 지난해만은 못하지만 19위로 여전히 송곳 샷감이다.

통산 8승을 거두고 있는 최진호는 지난 2022년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올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이 아깝다.

그는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며 우승 기회를 잡았으나 마지막 날 체력 열세로 인한 부진으로 숀 노리스(남아공)에게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최진호는 “올 시즌 유일하게 이 대회에서만 체력이 부족했다고 느꼈다”며 “체력 훈련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대회 1라운드 첫 홀부터 최종일 마지막 홀까지 같은 컨디션으로 경기력을 발휘한다면 우승의 기회는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최진호는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제네시스 대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낸 뒤 한동안 DP월드투어에서 활동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에 KPGA 투어로 복귀했으나 그해와 2021년 시즌 2년간 획득 상금이 1억원에 미치지 못했을 정도로 부진했다.

지난 6월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대회장을 찾아 응원한 가족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최진호(뒷줄 가운데). 아내와 세 아들 등 가족은 최진호의 가장 든든한 서포터스다. KPGA 제공

그가 재기에 성공한 것은 골프를 대하는 생각을 바꾸면서부터다. 그는 “성격이 워낙 예민해 경기하면서 잡다하게 신경을 쓰는 부분이 많았다”며 “그래서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이전보다는 예민함이 줄었다”고 했다.

최진호는 또 “골프는 기복이 큰 스포츠이기 때문에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고 욕심을 내기보다는 편안하게 경기하려고 한다”며 “컨디션이 좋으면 좋은 대로, 좋지 않으면 좋지 않은 대로 내 상황에 맞게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러한 점들이 최근 꾸준함을 보이는 원동력이다”고 했다.

그는 2개월여의 여름 방학 기간을 누구보다 알차게 보내고 있다. 9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위해서다.

최진호는 “올 시즌에는 꼭 우승하고 싶다. 또 하나 바람이 있다면 2년 연속 그린 적중률 1위”라며 하반기 투어 준비에 비지땀을 쏟고 있다.

영원한 숙제인 퍼트와 쇼트 게임 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최진호는 “경기 중 그린 경사를 파악할 때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있다”며 “경사를 제대로 읽는 것, 그리고 퍼트를 포함한 쇼트 게임 훈련에 집중해 하반기를 준비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