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터리 3사의 ‘ESS 대전’… 관록이냐 추격이냐

입력 2025-07-18 00:41 수정 2025-07-18 00:41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단지 조성사업 수주전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3사가 일제히 뛰어들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장기간 어려움을 겪는 배터리 업계에 모처럼 만에 찾아온 대형 사업 기회다 보니 낙찰을 받기 위한 업체 간 물밑 수싸움도 치열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감한 ‘2025년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 입찰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3사가 나란히 응찰했다. 이들 3사는 한국전력 산하 발전사들이나 건설사 등과 컨소시엄 형태로 각각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은 호남과 제주, 강원 경북 일부 지역의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해 대규모 ESS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내년 연말까지 준공이 목표다. 특히 설비 규모가 총 540메가와트(㎿)로 2023년 제주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 당시보다 8배 이상 큰 규모다. 총사업비도 최소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당초 중국 업체들이 다수 참여할 것이란 업계 우려와 달리 중국 업체들은 이번 사업 입찰을 대부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낙찰자 선정을 위한 비가격 평가 점수에 ‘국내 산업 경제 기여도’를 100점 중 24점이나 배정하면서 낙찰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배터리 업체 간 진검승부가 펼쳐지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2년 전 제주 ESS 사업을 전량 수주한 LG에너지솔루션의 관록이 이번에도 통할지, 도전자로 나서는 삼성SDI나 SK온이 대항마로 치고 나갈지를 주목하고 있다. 입찰 단계에서 배터리 3사 모두 사업 수주를 위해 배터리 단가를 낮추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경쟁력이 좋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입찰에 참여한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달리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삼원계(NCA) 배터리로 응찰했다. 그러면서도 단가를 공격적으로 낮춰 가격 평가에서는 3사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 계통연계나 안전성, 주민 수용성 등 비가격 요소 평가가 승부를 가를 요인으로 꼽힌다. 이르면 다음 주 중 입찰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번 수주전은 국내 배터리 3사의 ESS 제품 성능과 시장성을 검증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등에서 ESS 사업 수주를 따낸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SK온 등이 사업을 따낼 경우 글로벌 ESS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ESS 시장은 한국 배터리 3사가 북미 유럽 ESS 시장까지 확장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ESS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든든한 기초체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