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or 보기] KLPGA 선수들, ‘겸손’ 강조하는 ‘얀테의 법칙’ 새겼으면

입력 2025-07-19 00:23

부자 몸조심이라는 말이 있다. 잘 나갈 때일수록 더욱 겸손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기 가도를 달리는 KLPGA투어, 콕 집어서 투어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이 새겨야 할 말이다.

올 시즌 KLPGA투어는 지난 3월 개막전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부터 11월 열리는 최종전 대보 하우스디 오픈까지 총 30개 대회가 예정됐다.

하지만 지난 3월 20일 제15대 김상열호가 출범하면서 당초 계획안보다 2~3개 대회가 추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협의를 진행 중인 대회도 있고, 이미 개최를 위한 합의를 마치고 발표 시기만을 남긴 대회도 있다.

내년에는 개막전 이후 매주 대회가 열리는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올 시즌 33개 대회가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버금가는 명실상부 글로벌 투어로 전혀 손색없게 되는 것이다.

김상열 회장은 취임사에서 KLPGA투어의 질적 향상과 KLPGA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고 천명했다. 취임 4개월이 갓 지난 시점에서 약속이 결실로 나타나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그런 노력이 더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선수 및 회원들의 적극적 동참과 협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선수들의 행보를 보면 우려가 앞선다. 오는 31일 강원도 원주시 오로라 골프&리조트에서 개막하는 ‘오로라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에 올 시즌 챔피언 4명 등 톱 랭커 다수가 불참하면서 주최 측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회 출전 여부는 전적으로 선수 자유의사지만, 그동안 신설 대회는 소위 ‘허니문 기간’을 고려해 부상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출전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럼에도 대회가 임박할수록 불참을 통보하는 상위권 선수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규정상 출전 신청을 했다가 도중에 출전을 포기하면 상벌위원회에 부쳐지지만, 그 경우에도 10~20만원 벌금을 물리는 솜방망이 징계에 불과하다. 선수들은 동일 대회 2년 연속 불참 시 1000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한 규정도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들은 투어를 대표하는 톱 랭커들의 불참을 최소화하기 위한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향후 신설될 대회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기업들은 KLPGA투어를 외면할 게 뻔하다.

오로라월드 챔피언십 주최사인 오로라월드와 오로라골프&리조트는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전사 지원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냉해와 저온 현상 여파로 회복이 더딘 잔디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3개월 전부터 주야로 관리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 왔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년 대회부터 주인공인 선수들이 외면하는 대회가 됐다는 점에서 주최 측의 상실감과 허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대회 개최를 진두지휘하는 관계자의 “이럴 줄 알았으면 대회 개최를 하지 않았을 텐데 후회막급이다”는 한탄 섞인 독백을 선수들이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통용되는 ‘얀테의 법칙’이란 생활 규범이 있다. 개인의 성과보다 공동체나 집단적 노력에 의한 성과를 강조하는 것으로 ‘겸손의 법칙’, ‘보통사람의 법칙’으로 불린다.

여기엔 ‘당신 자신을 남들보다 더 뛰어나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아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KLPGA투어 선수들이 이 경구를 가슴에 새기고, 개인보다 팬과 스폰서를 먼저 생각하는 겸손함을 견지하길 바란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