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아동의 권리, 국가가 책임진다

입력 2025-07-18 00:05
입양기록긴급행동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보건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의 입양정보 공개 청구 중단에 대한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 입양을 민간 주도에서 국가 책임으로 전환하는 가장 큰 의미는 봐줄 사람이 없는 아이에게 새 가정을 찾아주고 안착하는 과정 전반을 국가가 들여다본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아동의 권리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뜻이다.

전쟁 고아와 극빈층이 넘쳐나던 시절의 ‘아동 수출국’ 오명을 벗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다만 ‘입양기록물’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해야할 과제는 남아있다.

17일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국내입양특별법·국제입양법 제·개정안이 시행되는 19일부터 국제 입양은 부모와 친·인척 등의 원가정 보호가 불가능하고, 국내 입양도 불가능한 아동으로 제한된다. 또 해당 아동에게 국제 입양이 ‘최선의 이익’에 해당할 때만 추진된다.

황정아 보장원 입양사업본부 부장은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은 안정적이고 영구적인 원가정에서 성장할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라면서 “원가정 보호, 국내 입양 순으로 우선 순위를 정하고, 아동 의사 확인과 정부 심의 등을 거쳐 제한적으로 국제 입양을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제 입양 절차도 까다로워진다. 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둔 입양정책위원회가 상대국과의 협의를 거쳐 국제입양 추진 여부, 해외 예비양부모 자격 확인 등을 심의한다. 이후 가정 법원에서 입양 여부를 결정한다. 복지부와 상대국은 입양 이후 1년 동안 아동의 적응 상황을 공유하고 살핀다.

국내 입양도 한층 엄격해진다. 보장원이 입양 신청 접수와 예비 양부모 교육을 맡는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자체장을 후견인으로 삼아 입양대상아동 보호 책임을 갖는다. 예비 양부모의 자격 조건과 가정 환경 조사는 복지부 위탁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가 맡는다. 입양정책위원회가 아동과 양부모의 결연을 심의하고 가정법원에서 최종 입양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입양 뒤 사후 관리도 1년 동안 이뤄진다.

보장원은 민간에 흩어져있던 모든 입양기록물을 직접 관리한다. 민간 입양기관이 관리하던 입양 정보 원본을 옮겨와 관리하는 것이다. 앞서 보장원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입양 관련 기관 86곳에 흩어져있던 기록물을 모아 전산화하는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도 진행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주요 정보 오기와 백지 스캔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 보장원의 기록물 이관 작업이 지체되면서 정보공개 업무가 일시 중단되기도했다. 입양기록물 보존에 대한 시민 사회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해외입양인단체 29곳과 아동권리연대로 구성된 ‘입양기록 긴급행동(EARS)’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입양인들의 정보접근권을 요구하는 서한문을 전달했다. EARS는 정부에 ‘영구적이고 안전한 입양 기록관의 조속한 설립’ ‘위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임시 서고 구축’ ‘긴급 정보 열람 접근권 마련’ ‘기록 이관의 완전성·투명성·참여성 확보’ 등을 요청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