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최근 4년 사이 자영업자 간 양극화가 두 배 이상 심화됐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수도권보다 지방의 영세 자영업자가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17일 ‘경제 구조 변화와 지역 경제의 대응’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 성장이 지역 자영업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2018~2019년과 2022~2023년 사이 소매업 자영업체의 매출 5분위 분배율은 109.9배에서 235.3배로 상승했다. 매출 5분위 분배율이란 상위 20% 업체의 매출액을 하위 20%의 매출액으로 나눈 일종의 분배 지표다. ‘잘나가는’ 자영업자와 영세 자영업자 사이의 매출 격차가 4년 사이 두 배 넘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음식업 분야에서도 같은 기간 31.1배에서 34.8배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또 온라인 플랫폼 성장으로 수도권보다 지방의 영세 자영업자 및 종사자가 받는 타격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에서의 온라인 소비 비중이 1% 포인트 상승할 경우 수도권의 소매업 고용에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비수도권의 소매업 고용은 인구 1만명당 8.3명이 감소했다. 감소분은 대부분 자영업자(-6.1명)와 자영업체 고용원(-3.7명)의 몫이었다.
성장률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이 받는 충격의 정도가 달랐다. 온라인 소비 비중이 1% 포인트 상승하면 매출 상·하위 20% 소매 자영업체 간 성장률 격차가 수도권은 5.1% 포인트였지만 비수도권은 7.2% 포인트로 커졌다. 음식점업에선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지역 내에서 플랫폼 음식 배달 비중이 10% 포인트 오를 때마다 매출 상·하위 20% 업체 간 성장률 격차는 수도권 3.2% 포인트, 비수도권 6.3% 포인트로 확대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개회사에서 “규모가 큰 수도권 업체들은 플랫폼이라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성과를 낸 반면 영세한 비수도권 업체들은 영업 기반이 더 악화돼 경영이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그간 정부가 양극화 대응을 위해 제공한 금융지원이 일정한 효과를 거뒀지만 효과가 고르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자료 분석 결과 2018~2023년 금융지원을 받은 도소매·음식업 분야 자영업체 매출은 평균 8.8% 증가했고 폐업 확률은 1.6% 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한은은 경영주가 청년인 유망 업체 등은 금융지원으로 매출 개선과 폐업 확률 감소 효과를 누렸지만 생산성이 낮고 지속적으로 매출이 떨어져 온 업체의 경우 폐업 확률만 낮춰주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정희완 한은 지역경제조사팀 과장은 “금융지원은 잠재력 발휘를 돕는 데 초점을 두고 창업 초기, 청년층, 소규모 업체를 중심으로 충분한 규모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