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본격화한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뒤처졌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의 성장 동력이었던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는 AI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 역시 다가온 AI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한국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17일 국민일보가 주최한 2025 ‘국민공공정책포럼’에서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이 위원장은 먼저 “지금 한국 사회는 가장 위험한 시기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잠재성장률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99.9%는 한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앞두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이 걸어간 길을 그대로 갈 것이라고 한다”며 “지금 밀려나면 다시 돌아가지 못할 지점에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때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가 버블 붕괴로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이 위원장은 “과거에는 전 세계가 하나의 기술을 놓고 싸운 적도 없었고, 기술 경쟁도 느슨했지만 지금은 AI 하나를 놓고 전 세계가 동시에 싸우는 형국”이라며 “이 게임에서 밀리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와는 달리 선진국의 성장 전략을 모방해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는 AI 전환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내비쳤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남들을 빨리 쫓아가는 데 익숙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모방에서 창조로, 따라가는 것에서 선도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주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이라는 3대 전략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AI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을 이뤄낼 수 있고 ‘진짜 성장’을 통한 ‘진짜 대한민국’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구조화한 불균형과 불평등을 완화하고 동시에 공정과 상생의 시장 질서를 확보하는 것을 진짜 성장의 핵심 전략으로 꼽았다. 기본소득으로 불평등을 완화하고, 기본사회를 이루는 정책으로 공동체의 집단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지금 한국 사회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진짜 성장을 기반으로 하면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그는 “우리 경제는 1970년대의 산업화, 2000년대 초의 IT 혁명이라는 두 번의 대도약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 경로를 바꿨다. 이제는 세 번째 대도약이 필요한 시기”라며 “우리는 지금 선진국 문턱에서 멈칫거리고 있다. 이제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 진짜 선진국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