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이 비기독교인보다 성소수자에 대해 덜 우호적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2025 성소수자 인식조사: 성소수자에 대한 나와 우리 사회의 포용 수준’을 보면 기독교인은 성소수자에 상대적으로 덜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에 “호의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는 크리스천의 응답률은 각각 6% 9% 8% 7%. 전체 응답률 역시 평균 10% 수준이었으나 기독교인이 소폭 낮았습니다.
주변 지인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이는 데엔 크리스천이 좀 더 큰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친한 친구가 커밍아웃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독교인의 응답률은 44%로 전체 응답률(29%)과 견줘 15% 포인트 높았습니다. “직장 동료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 역시 42%로, 전체(29%)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일반인들도 성소수자에 대해 호의적인 감정이 높진 않지만 기독교인은 그 정도가 더 합니다. 동성애는 죄지만 동성애자는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교리입니다. 하지만 성소수자 운동단체는 이를 곧 동성애 혐오란 프레임에 가두고 비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과 포용을 가르치는 기독교의 본질이 성소수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백석대 장동민 교수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성애는 창조 질서에 어긋나지만 성소수자는 사랑해야 한다”며 요한복음 8장의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는 “성경에서 간음은 명확한 죄지만 예수님께선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셨다”며 “동성애 역시 성경을 기준으로 보면 창조 질서에 어긋나지만 동성애와 동성애자를 분리해서 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성소수자에 대한 기독교인의 접근법으로 두 가지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하나는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 또 다른 하나는 선교적 관점입니다. 그는 “해외 선교지에서 비기독교적 행동이나 문화를 발견했을 때, 그것을 당장 부정하고 반대하는 선교사는 없다”며 “그 사람들을 이해하면서 복음을 전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 커밍아웃을 한 지인들에 대해서도 당장 관계를 끊기보다는 대화하면서 관계를 이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절친한 단짝이, 내 옆의 직장 동료가 커밍아웃을 했다고 상상해봅시다. 친한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으신가요.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이니까 죄인도 품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연약한 신앙인인 우리에겐 이만큼의 포용력이 없다고.
하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은 우리의 약함을 통해 더욱 빛납니다. 신앙은 남을 정죄하는 기준이 아닌 내 죄를 인정하고 성장하는 여정일 겁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고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봅시다. 성소수자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녀라면, 그들에게도 복음을 전해야 한다면 대화의 창부터 열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