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임신 보호출산제’가 오는 19일 시행 1주년을 맞는다. 보호출산제는 경제적·심리적·신체적 사유로 출산과 양육이 어려운 임산부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안전하게 출산하도록 돕기 위한 제도다.
17일 서울시 위기임산부 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애란원을 찾았다. 이숙영 애란원장은 인터뷰에서 “제도 도입 이후 전국 아동 유기 건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며 긍정적 효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 이후 미혼모·미성년자 등 위기 임산부가 병원 밖에서 몰래 출산하거나 출생 직후 유기하는 사례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 ‘2024년 보호대상아동 현황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유기된 아동 수는 30명으로 2023년 88명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애란원에 따르면 올해 6월 30일 기준 433명이 위기 임산부 상담을 신청했다. 이 중 24명은 보호 출산 뒤 아이를 시설이나 입양기관에 인도했고 5명은 아이를 낳은 뒤 보호 출산을 철회했다. 이 원장은 “보호 출산은 여러 지원책 가운데 최후의 선택지일 뿐”이라며 “위기 임산부에 대한 종합적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애란원에서 만난 김선아(가명·24)씨는 지난해 딸을 출산했다. 남자친구와 사이에서 생긴 아이였다. 임신 5개월 차까지 임신 사실을 몰랐던 김씨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부모한테조차 말할 수 없었던 그는 마지막 선택으로 애란원에 입소했다. 김씨는 입소한 지 일주일 만에 2.1㎏ 작은 아기를 낳았다. 그는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낙태와 입양을 고민했다”며 “출산 후 여러 차례 상담과 고민 끝에 아이를 직접 키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시행기간이 짧은 만큼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보장하는 제도 특성상 보호 출산이 아동 유기를 합법화하거나 양육 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보호 출산을 선택한 산모들은 경제적 곤란, 가족·사회의 낙인, 미성년 임신 등 복합적 이유로 아이를 양육하기에 어려운 환경에 처한 경우가 많다.
이 원장은 “엄마가 충분히 고민하고 상담받아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면서 “법 개정을 통해 숙려기간을 1주에서 2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