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드7보다 얇은 폰’은 거짓말… 반복되는 中의 스펙 과장 의혹

입력 2025-07-18 00:52
삼성 '갤럭시 Z 폴드7'(왼쪽), 아너 '매직 V5'(오른쪽). 엑스 캡처

‘세상에서 가장 얇은 폴더블폰’으로 선전하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과장 광고 지적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Z폴드7을 겨냥해 언팩 날짜까지 맞춰가며 신제품을 내놨지만 실제 측정 결과가 공개되며 허위 주장 논란까지 일고 있다. 카메라부터 디스플레이·하드웨어까지 반복되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스펙 부풀리기 광고에 업계에서도 피로감을 표하고 있다.

1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해외 테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의 ‘매직 V5’ 스마트폰 두께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레딧에는 마이크로미터 측정기로 V5를 측정한 결과가 공개됐는데, 두께 9.417㎜로 갤럭시 폴드7(8.790㎜)보다 두꺼운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상 수치(8.800㎜)와도 7% 넘게 차이가 난다. 오히려 폴드7의 경우 두께가 공식 사양(8.900㎜)보다 얇았다. 두 스마트폰 위에 신용카드를 올려놓은 실험에서도 폴드7 측이 미세하게 눌리며 V5보다 얇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너는 지난 2일 중국 선전에서 ‘세상에서 가장 얇은 폴더블폰’이라며 V5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의 ‘갤럭시 언팩 2025’보다 일주일 앞선 시점이었다.


폴드7이 실제로 출시되고 물리적인 비교·분석이 이뤄지며 폴드7은 세상에서 가장 얇은 폴더블폰이라는 타이틀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들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스마트폰 스펙을 실제보다 과장한 전력이 있다. 앞서 중국 화웨이는 지난 2018년 스마트폰 성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점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문제가 된 ‘아너 플레이’ 모델은 자체적인 감시 기능으로 소프트웨어가 실행되는 것을 감지하면 벤치마크 성능을 끌어올렸다. 중국 원플러스, 메이주도 유사한 방법을 쓰다가 도마에 올랐다.

샤오미는 2021년 ‘레드미 K30’ 모델에 아몰레드(AMOLED) 패널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고 홍보했지만 검증 결과 일반 LCD 디스플레이였던 것으로 밝혀진 적이 있다. 화웨이는 2020년 DSLR 카메라(니콘 D850)로 찍은 사진을 ‘화웨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것’이라고 광고했다가 들통나기도 했다. 당시 이들 회사는 이에 대해 ‘담당자의 단순 실수’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벤치마크 점수 부풀리기에 대해서는 “고성능을 요구하는 소프트웨어가 실행될 때만 컴퓨팅 자원을 끌어올리는 게 설계상 타당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IT제품에 대한 부풀리기 광고를 해도 별다른 타격이나 제재가 없다는 점이 이런 관행을 유지하게 만든 원인으로 지적한다. 해당 업체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브랜드 이미지와 초기 판매량을 올릴 수 있지만, 경쟁사 입장에서는 정밀한 실험을 통해 사실 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업체를 가리지 않고 동등한 기준을 적용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광고에 대한 실질적인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