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용 무죄 확정… 검찰은 공소권 남용 사과해야

입력 2025-07-18 01:20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사진은 지난 2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 합병 및 회계 부정 사건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 사건은 기소부터 잘못이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했다. 1심 재판부가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은 2300여 건의 증거 자료를 추가하고 공소사실을 변경하면서까지 항소했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전부 무죄 선고를 내렸으나, 검찰은 기계적인 상고를 강행했다. 항소도, 상고도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재판은 검찰의 완패로 끝났다. 재벌 기업 오너라고 해서 봐줘서는 안 되지만, 증거도 없이 억지 기소를 고집한 것은 잘못이다. 검찰은 “추측과 시나리오, 가정(假定)에 의해 형사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2심 재판부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재벌 길들이기 차원에서 기업 오너를 사법처리하려는 목표 의식이 지나쳐 증거 판단을 소홀히 한 것이라면 검찰은 사과해야 한다. 주임검사였던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검찰이 항소와 상고를 강행하는 바람에 안 하느니만 못한 사과가 돼 버렸다. 기소를 승인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고, 검찰은 윤 전 대통령 집권 기간에 재판 불복을 반복했다.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계속되는 동안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은 추락했다. 30년 넘게 지켜온 반도체 D램 시장 1위 자리를 내줬고,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하락했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삼성을 크게 추월했다. 대만 TSMC의 9년 전 시가총액은 당시 삼성전자의 71%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4배 이상 많아졌다. 미국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9년 전 삼성전자의 30%에도 못 미쳤으나 이제는 13배가 넘는다.

삼성은 이 회장이 사법 족쇄에서 벗어난 것을 계기로 다시 뛰어야 한다. 무너진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삼성이 신세 한탄을 하거나 주저앉아 있을 여유가 없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재계 선두 삼성을 탐탁지 않게 보는 시선이 여전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창업 이념 ‘사업보국’ 정신을 발휘해 잃어버린 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