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 연극제’는 한국 연극에 기여한 70세 이상 원로 연극인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그 업적을 공연으로 기리는 연극제다. 2016년 시작돼 올해 10회째 열리는 연극제는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서울연극창작센터 내 공연장 2곳에서 열린다. 배우 이종국(78), 박정자(83), 최종원(75) 그리고 연출가 기국서(72)를 조명하는 작품 4편을 선보인다. 이들은 최소 50년 이상 활동하며 한국 연극계에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배우 이종국은 대전에서 극단 앙상블을 이끌며 100편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이근삼 작·심재찬 연출의 ‘막차 탄 동기 동창’을 공연한다. 이 작품은 격변기 한국을 살아낸 두 노년의 쓸쓸한 삶을 통해 가족과 사회적 성공의 의미를 돌아본다.
박정자는 200편 넘는 연극에 출연하며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손꼽힌다. 그는 다음 달 7∼10일 고연옥 작, 한태숙 연출 ‘꿈속에선 다정하였네’를 공연한다. 연극은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남긴 회고록 ‘한중록’을 바탕으로 파란만장했던 삶을 되짚는 내용이다.
배우 최종원은 연극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다. 이번 연극제에서 다음 달 7~10일 이강백 작·김철리 연출의 ‘북어대가리’로 무대에 선다. 두 명의 창고지기가 기계적인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다룬 작품이다.
극단 76을 이끌며 실험적 작품을 선보여 온 기국서 연출가는 다음 달 14∼17일 사무엘 베케트의 ‘엔드게임’을 무대에 올린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네 사람이 관념적이고 가학적인 유희를 반복하는 부조리극이다. 기국서 연출가의 동생인 배우 기주봉이 출연한다. 이와 함께 오는 30일 국립극단 출신 배우 정상철의 대표작을 톺아보는 아카이빙 공연도 펼쳐진다.
박정자는 지난 15일 서울연극센터에서 열린 제10회 늘푸른연극제 제작발표회에서 “젊었을 때는 젊음만으로도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름 석 자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온 무게만큼 짐이 더 무겁다”면서 “육체적으로 연극 무대에서 에너지를 많이 내고 싶지만, 나이 탓에 쉽지 않다. 하지만 마음만은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오히려 그 마음이 더 깊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