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트럼프의 ‘진짜’ 설탕 콜라

입력 2025-07-18 00:40

1970년대 미국에서 개발한 고과당 콘 시럽(HFCS·High Fructose Corn Syrup)은 단맛의 제왕으로 통한다. 옥수수 녹말 분자 사슬을 쪼갠 뒤 효소 처리한 시럽은 55%의 과당과 45%의 포도당으로 구성된다.

이 가공 감미료는 자당 즉 설탕보다 1.2~1.6배 단데다 오래 가는 특성 덕분에 코카콜라를 비롯한 전 세계 음료 시장을 지배하게 됐다. 결정적으로 설탕을 제친 건 옥수수 농가에 쥐여주는 막대한 보조금 덕에 가격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콘 시럽은 비만과 당뇨, 심장병, 지방간, 충치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많이 먹어서 문제”라는 에너지 균형이론에만 매달려 온 의학계도 가공 당류가 인슐린을 자극하는 등 대사 교란을 일으킨다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런 우려에 화답한 것일까. 그는 17일 소셜미디어에 “미국 내 코카콜라 제품에 진짜 사탕수수 설탕(cane sugar)을 쓰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관심을 끈다. 그는 설탕이 콘 시럽보다 자연에 가깝고, 전통적이며, 듣기 좋다며 ‘건강 콜라’를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설탕 찬양은 17년 전인 2008년 미국당뇨학회(ADA)가 “체중이 증가하고 충치가 생기지만 않는다면, 설탕은 해롭지 않다”고 밝힌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설탕이 건강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는 이 주장은 지금도 일부 보건 정책과 마케팅의 근거가 되고 있다. ‘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의 저자인 미 남가주대학(USC)의 로버트 러프킨 교수에 따르면 설탕도 포도당과 과당의 혼합물이라는 점에서 몸속에서 작용하는 방식은 콘 시럽과 거의 다르지 않다고 한다.

‘진짜 설탕 콜라’를 꺼내 든 트럼프의 진의는 내년 중간선거에 대비해 남부 지역 사탕수수 농가를 향한 구애 차원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치도 설탕도, 달콤함의 유혹에 속지 않겠다는 태도가 우리를 진짜 건강으로 이끌 것이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