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 확보를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저마다 에너지원을 다각화하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수소 등 분야도 다양하다. 과거에는 전력 대부분을 직접 구매하거나 전용 발전소와 계약을 맺고 공급받았지만,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구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수력발전소 2곳을 현대화하는 데 30억 달러(약 4조16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구글은 펜실베이니아주의 수력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20년간 공급받게 된다. 전력량은 최대 3기가와트(GW)로, 원자력 발전소 3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전력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거는 건 AI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23년 대비 2030년에 1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주요 기관들은 AI 시대 전환기를 맞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이미 기존 IT 영역 대비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5~10년 내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해외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호주 시드니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 센터를 확장하기 위해 호주 내 태양광 발전소에 투자하고 나섰다.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을 위한 투자도 활발하다. 구글은 지난해 미국 SMR 개발 업체 카이로스파워와 에너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이 2030년을 목표로 건설 중인 카이로스파워의 첫 번째 SMR에 투자하고, 이 원전이 가동을 시작하면 500MW 규모의 전력을 구매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등은 원전 기업과 손잡는 등 에너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MS는 지난해 미 최대 원전 운영사 콘스텔레이션과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 대상으로 전력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스리마일섬 원전은 해체 작업을 진행 중이었지만, MS가 20년간 전력을 해당 원전에서 구매하기로 하면서 재가동 절차에 돌입했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17일 “AI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전 세계 전력 수요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전력 인프라는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닌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좌우할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