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최근 본 시험도 면접도 모두 떨어졌습니다. 이대로 포기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A : 어두운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계시겠네요. 나름의 노력도 많이 하고 기대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크게 좌절되셨을 겁니다. 분명히 이 경험에도 다 의미가 있고, 나중엔 실패의 경험이 좋은 자양분이 되겠지만 지금은 그런 건설적인 생각보다는 자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나는 왜 이것도 하나 못할까’ ‘그러게 더 노력했어야지’ ‘나만 빼고 다른 사람은 다 잘하네’ ‘나는 다음 시험도 떨어질지 몰라’ 등의 생각이 나를 지배하게 됩니다.
다음 시험은 더 열심히 준비하면 되고, 이번에 안 됐다고 다음에도 안 되는 것이 아니니 힘내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 생각들은 위의 부정적인 사고에 압도당해 당장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거예요. 생각을 바꾸면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신이 더 한심하게 느껴지겠죠.
그런데 지금은 더 강한 생각으로 나를 무장하기보다 시험도 면접도 다 떨어져 좌절하고 있는 내 감정을 먼저 위로해 줘야 할 때입니다. 내가 기대했던 일들이 안 되어 실망했잖아요. 시험도 면접도 보느라 애썼는데 그 보상이 실패라 당황스러웠잖아요. 이후의 계획들도 세웠는데 그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돼버렸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인생이 잘도 풀리던데 내 인생만 멈춘 것 같잖아요.
실망하고 당황하고 더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좌절한 사람에게 “좀 더 잘하지 그랬어”라고 말하기보다는 “많이 힘들겠다. 얼마나 이 시간이 쓰라리고 외로울까”라고 위로해 줘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감정을 알아준다고 내가 한없이 약해지거나 다시 도전하지 못하는 약골이 되지 않습니다. 감정을 알아주고 나면 오히려 생각이 정리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마치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는 것처럼 느껴질 겁니다. 이때 주님은 ‘그러게 왜 그 길로 갔어’라고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로 나를 안정시키며 위로해 주고 계시다는 것을 함께 기억해주세요.
정푸름 치유상담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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