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해양 물류 패권은 ‘무탄소 선박’이 좌우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7년부터 5000t 이상 국제 항해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기로 한 영향이다. 이와 관련 탄소 배출이 없는 소형모듈원전(SMR)을 선박 엔진의 동력으로 사용하는 기술이 주목받는다. 한국에서는 체코 원전 설계를 맡을 한국전력기술이 선박용 해상 부유식 SMR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취임해 취임 100일을 앞둔 김태균 한전기술 사장은 17일 국민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자체 개발 중인 해상 부유식 SMR ‘반디’의 인허가 획득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양대 전기공학 박사로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장과 기술혁신본부장 등을 지내며 ‘탄소중립 로드맵’을 이끈 김 사장은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전기술은 원전 설계 기술 외에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엔지니어링 기술도 갖추고 있다.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사업 부문은 업계와 함께 ‘스몰 팀 코리아’를 꾸려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준비 중이다. 김 사장은 “현재 전체 사업의 15~2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부문의 사업 강화와 역할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체코 원전 수출로 한전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올해 창립 50주년인 한전기술 역사에서 손에 꼽힐 만큼 의미 있는 성과였다. 특히 체코 원전은 새로운 노형인 APR1000 표준설계와 유럽 인증, 두 차례에 걸친 입찰서 작성, 최종 계약 협상 등 일련의 과정에 한전기술 엔지니어들이 역할을 했다. 체코 원전 건설허가 목표 시점인 2029년까지 차질 없는 설계 수행에 회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그에 대한 인정과 신뢰가 반영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기술 경쟁력은 어떻게 강화하고 있나.
“한전기술은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공기업 최고 수준이다. 또 엔지니어링 기업의 특성상 기술개발 결과물이 사업에 즉각·직접적으로 사용된다. (기술자들의) 효능감이 크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기부여를 해 기술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킬 생각이다.”
-중장기 계획도 있을 거 같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개발 중인 해상 부유형 SMR ‘반디’의 2030년 인허가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화를 위한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IMO가 해운업계에 대한 탄소세를 2027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핵추진 상선 안전코드 개정 작업에도 착수했다. 해운업계 탈탄소 가속화를 고려할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에너지 정책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새로운 에너지 정책은 합리적 ‘에너지 믹스’에 기반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라는 실용주의적 정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에 동감한다. 지연된 국내 신재생에너지 확산이 속도를 내야 하고 안정적 에너지원인 원전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서 한전기술의 중요한 역할은 ‘원전 안전성 확보’라고 생각한다. 기술자 입장에서 안전은 마침표가 없는 무한 관리의 영역이다.”
-한전기술이 더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나.
“원전 설계사로 알려진 한전기술의 또 다른 축은 친환경·신재생 사업이다. 에너지 전반의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종합기술회사다. 과거 석탄화력 위주였던 플랜트사업본부를 에너지신사업본부로 개편하고 신재생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체 사업의 15~20%가량을 차지하는데, 취임 후 이 부문에 대한 사업 강화와 적극적인 역할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나.
“공공주도 해상풍력 기본공학설계(FEED), LNG 수소혼소 등 한전기술 고유 영역 안에서의 역할과 사업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새 정부 에너지 정책 핵심인 해상풍력은 공공주도가 필수적이다. 한전기술이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맡은 국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단지인 제주한림 해상풍력이 지난 2월 성공적으로 준공했다. 18기의 풍력기 전량을 국산화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도 한전기술의 강점인 FEED를 비롯해 EPC 사업을 통해 해상풍력 벨트 조성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 외에 폐기물 자원 에너지화 사업도 민간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준비 중이다.”
-원전처럼 해외 시장 개척 계획이 있는지.
“동남아 시장은 LNG 복합화력, 해상풍력 등 신재생, 폐기물 자원 에너지화 사업 등의 진출 가능성이 높다. 설계 협력사, 기자재 업체 등과 함께 ‘스몰 팀 코리아’ 구성해 함께 해외에 진출해 국부 창출 기회를 만들고 싶다.”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있는데, 취임 후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기술전문회사의 성공은 인력의 수준 높은 전문 역량과 운영에 달려 있다. 현재 핵심 인재 재배치로 해외 원전, SMR 등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한전기술 창립 50주년이다. 앞으로 더욱 성장하려면 에너지 믹스,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은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공학도이자 한전에서 기술기획·혁신 전력 연구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서 한전기술이 100년 기업으로 나아갈 방향과 방안을 정리해 제시할 것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