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국민에게 개방됐던 청와대 관람이 3년여 만인 내달 1일부터 전면 중단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공식화한 ‘청와대 복귀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대통령실이 청와대 복귀를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 복귀 시점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었다. 그렇다 보니 세간에는 무수한 추측만 난무한 상황이다.
최근 만난 한 대통령실 인사는 “청와대 복귀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 업무동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간단히 한다면 연내에도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산 대통령실에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 전임 정부가 왜 이곳을 택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은 엇갈렸다. 그는 “청와대가 이렇게 장기간 비어 있었던 적이 없다. 앞으로도 이렇게 오래 비워둘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라며 “복귀 시점을 내년 초중반으로 늦추더라도 일단 공사에 들어간 김에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청와대 복귀 시점은 리모델링을 어느 수준으로 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업무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내력벽 등 건물의 구조 부분까지 포함해 전면적인 공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당연히 비용뿐 아니라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반면 지난 3년간 대중에게 공개됐던 부분을 중심으로 재단장을 하고, 보안 문제를 정비하는 수준의 공사만 하면 연내 청와대 이전도 가능하다고 한다. 어떤 방식을 선택할 것이냐는 결국 오롯이 이 대통령의 몫이지만 기왕 수리를 한다면 제대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했으면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은 두 차례 대선을 거치면서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시 이전을 여러 번 공약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대전 타운홀미팅에서도 “최대한 빨리 와보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지만 국가 지도자와 국회의 의지만 있다면 머지않아 청와대는 다시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청와대는 대통령과 400명 넘는 참모들의 업무 공간으로 쓰기에는 너무 낡고 좁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여당 관계자는 “여민2관과 여민3관은 지은 지 50년이 넘었다. 낡은 것은 둘째 치고 너무 좁아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이 대통령 취임 3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했던 청와대 영빈관 역시 시대에 뒤진 느낌이 역력했다. 심지어 화장실에는 잠금장치가 없는 문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라는 공간은 참 매력적이다. 정권 교체와 함께 청와대 개방이 중단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지난 5월 가족과 함께 서둘러 청와대를 방문했다. 그때 처음 들어가 본 청와대는 아파트로 가득 차 있는 서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여유롭고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그중 압권은 약 1000평의 녹지에 120여종의 나무를 심어놓은 녹지원이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풍요로운 공간은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규모는 작지만 고풍스러운 한옥인 관저동과 상춘재는 미술관으로 바꾸고, 대도시에선 상상할 수 없는 여유를 품은 녹지원과 본관 앞 잔디밭은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제공된다면 청와대는 세계인이 주목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대통령실은 청와대 단장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건 국민 정서를 거스를까 걱정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쓸 공간이 아니라 멀지 않은 미래에 국민에게 돌려줄 공간이라고 생각을 바꾸면 어떨까. 국민에게 돌려줄 공간이라면 더 많은 정성을 들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최승욱 정치부 차장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