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영화감독을 꿈꾸던 대학생 시절, 제작 비용을 벌기 위해 처음으로 마트에서 일을 시작했다. 어느덧 14년이 흘렀다. 매장 여덟 곳에서 일하는 동안 책 일곱 권을 썼다.
한때는 사회가 바라는 청년상에 맞춰 정규직 일자리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과도한 노동과 스트레스는 그의 글쓰기를 방해했고, 인간성마저 갉아먹었다. 결국 ‘나다움’을 지키기 위해 회사를 떠나 마트로 향했다.
그곳에서 대부분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중년 여성들과 함께 일했다. 분류하자면 ‘비정규직 마트 직원’이지만, 유니폼 아래엔 각기 다른 삶의 사정과 노력이 깃들어 있었다.
책은 “공부해서 좋은 직장 가야지, 어쩌다 이런 일을 하냐”는 핀잔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이런 일’이 품고 있는 존엄과 가치를 묵묵히 써 내려간다. 그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타인을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도 소중한 가치인지 깨닫게 된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