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 많은 두더지는 혼자 놀기가 편하다. 텃밭을 가꾸고 향긋한 차를 마시며 책 읽는 걸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토끼의 초대장을 받는다. 걱정이 벌써 한가득하다. “아는 친구가 토끼밖에 없으면 어떡하지.” 그래도 “이번엔 열심히 어울려 보자”고 용기를 낸다. 선물도 준비하고 출발한다. 가는 내내 그냥 집에 있을 걸 그랬다고 후회도 한다. 어쩌다 보니 집 앞까지 왔다. 결말은 반전이다. 선뜻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거는 두더지뿐이 아니었다. 스컹크도 있었다. 결국 다음에 와도 되느냐고 묻는 둘에게 토끼는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마지막 장면은 두더지와 스컹크가 두더지 집에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누구나 친구 갖기를 바라지만 사귀는 방식과 속도는 제각각이다. 책은 부끄러움 많은 친구들에게 자기만의 방식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고 말한다. 토끼를 통해서는 기다릴 줄 아는 배려의 마음도 읽을 수 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