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당시 검찰이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기록물이 주 대상으로, 사안별 열람 일수를 단순 합산하면 3년4개월에 육박했다. 여권은 ‘도를 넘은 정치보복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5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전날까지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모두 10건의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이 중 9건이 문 전 대통령 대상이며, 7건은 윤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시작됐다.
열람 기간이 가장 긴 압수수색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관련이다. 2024년 3월 7일 시작해 500일 가까이 지난 현재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 전 사위 채용특혜 의혹 사건 관련 열람은 2024년 1월 9일 열람이 시작돼 459일간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4월 4일까지 검찰은 701일(중복 제외)에 걸쳐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했다. 사안별로 겹치는 기간을 모두 더한 단순 합산치는 1212일까지 불어난다.
여러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여러 수사팀이 동시에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는 일도 빚어졌다. 지난해 3월 7~11일 대전지검이 ‘통계조작 의혹’, 전주지검이 ‘채용특혜 의혹’, 서울중앙지검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목적으로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이명박정부 때 단 하루였던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일수는 박근혜정부에서는 91일로 늘어났다. ‘적폐청산’이 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문재인정부에서도 임기 5년을 통틀어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은 238일간 이뤄졌다.
제출된 기록물의 양도 방대하다. 문재인정부 시절 기록물을 대상으로 한 9건의 압수수색에서 총 1만7113건의 사본이 수사기관에 제출됐다. 이 중 1건(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은 아직도 열람이 진행 중이다. ‘사드 기밀 누설’ 사건과 관해선 올해 2월 14일~3월 13일, ‘김정숙 여사 옷값 의혹’ 사건과 관해선 지난 4월 10일~5월 9일 영장이 집행됐다.
윤 의원은 “검찰을 권력의 도구로 사용한 윤석열정부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통계”라며 “내란과 별도로 정치 보복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 정부 털기’ 차원의 압수수색 남용을 막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도 짚었다. 무분별한 압수수색은 비밀 지정 기록물의 유출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지난해 사법기관이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대통령기록물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윤 의원은 “기록물을 많이 생산하는 정부만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경모 박재현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