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과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을 1차 인적청산 대상자로 지목하고 “스스로 거취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과거와의 단절에 저항하고, 당을 ‘탄핵의 바다’에 밀어 넣고 있다는 것이다. 송 비대위원장은 원내대표 취임 한 달 만에 자신이 출범시킨 혁신위로부터 청산 대상으로 지목받는 처지가 됐다.
윤 위원장은 16일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에 동참하지 않는 분들, 과거 잘못을 되돌아보고 현재 관점에서 사과하지 않는 분들은 반혁신을 하고 계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적쇄신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선 “과거와의 단절 필요성을 오히려 부정하고 비난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제대로 단절해 달라는 당원의 여망을 배신하고 오히려 더 가까이 붙는 모습까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반대에 대한 반성 및 사과를 ‘1호 혁신안’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의견수렴 없는 혁신안은 갈등과 분열을 되풀이하는 자충수”(나경원)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인가”(장동혁) 등 공개 반발한 인사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윤 위원장은 지난 14일 윤 의원이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 탄핵 반대에 앞장섰던 ‘윤 어게인’ 세력 발대식을 주최한 데 대해 “광화문 광장의 세력을 당의 안방에까지 끌어들인 것은 병이 깊은 당의 숨통을 조르는 아주 극악한 해당 행위”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 행사에 참석한 송 비대위원장과 일부 의원들을 향해선 “계엄이 아직도 계몽이냐, 아니면 추억이냐”라며 “국민과 당원에게 계엄은 악몽”이라고 꼬집었다.
윤 위원장은 또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7명 전원이 계파 활동을 근절하고 당 분열을 조장하지 않겠다고 결의하는 ‘계파 활동 금지 원칙’ 서약서를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친박(친박근혜)-친이(친이명박), 친박-비박(비박근혜) 등 보수당 내 계파 갈등의 역사를 거론하며 “우리 당은 계파싸움으로 무덤을 판 오욕의 역사를 가진 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언더73’(친한동훈계 청년 정치인 모임), ‘언더찐윤’(친윤석열계 핵심) 등 당헌에 의한 불법계파 조직들이 아직도 언론에 오르락내리락한다”고 비판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당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충정으로 생각한다”며 “혁신안은 절차적으로 충분한 숙의를 거쳐 비대위에서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어게인’ 발대식 참석에 대해선 “생각했던 분위기와 달랐다”며 “당은 이번 행사와 전혀 연관 없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20일 의총을 열어 혁신안에 대한 총의를 모을 방침이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