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1년 앞으로 다가온 북중미월드컵 대비 첫 모의고사를 마쳤다. 우승은 놓쳤지만 나아갈 방향은 뚜렷해졌다.
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지난 15일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다. 지난달 북중미월드컵 본선행 확정 후 처음 오른 시험대였다.
이번 대표팀에 소집된 K리거·J리거 26명 중 골키퍼 김동헌(인천)을 제외하고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다. 부동의 주전 골키퍼 조현우(울산)를 빼면 대부분이 교체 선수거나 A매치 데뷔전인 선수들이었다. 측면 수비수로 나선 김문환(대전)은 이번 대회 최우수 수비수로 꼽혔다. 강상윤(전북)은 세 경기 모두 다른 포지션을 소화한 데 이어 득점포까지 가동했다. 이호재(포항)도 헤더골을 뽑아내며 최전방 주전 경쟁에 가세했다.
홍 감독은 개막 전 ‘전쟁’에 비유한 테스트를 마친 후 “몇몇 선수는 가능성이 보인다. 많게는 5명 이상”이라며 “앞으로 꾸준히 잘하면 충분히 월드컵 본선에도 갈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황인범(페예노르트)과 함께 뛸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있다.
홍 감독은 기존 포백 대신 ‘플랜B’ 스리백 전술을 실험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홍콩과 중국을 상대로는 “플랜A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다. 일본에 0-1로 뒤진 상황에서도 실험을 이어갔던 홍 감독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스리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했다”며 “장단점이 나왔고 앞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 수 위 전력의 일본을 상대로는 미드필드와 수비 공간이 벌어지는 등 힘을 쓰지 못한 모습이다. 일본과 기량 차가 더 벌어진 모습도 우려를 낳는다. 볼 간수 능력과 패스 정확도를 비롯해 그나마 우위에 있던 몸싸움에서도 밀렸다는 평가다. 처음 호흡 맞춘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세트피스 기회를 번번이 날리는 모습도 아쉬웠던 대목이다.
홍 감독은 대회 최종전에서 일본과 만나 부임 13경기 만에 첫 패배를 겪었다. 본선에서 만나게 될 팀 대부분이 한국보다 랭킹이 높은 상황에서 약점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표팀은 오는 9월 미국(15위), 멕시코(13위)와 차례로 평가전을 치른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