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환희 온몸으로 노래하는 수컷 매미

입력 2025-07-19 03:08
게티이미지뱅크

여름입니다. 여름이면 으레 매미 소리로 잠을 설쳐본 기억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흔히 매미가 ‘운다’고 표현하지만 제게는 슬픈 울음이라기보단 오히려 생기 넘치는 노래처럼 들립니다. 그렇다면 매미는 왜 그렇게 노래할까요.

과학은 관찰을 통해 이런 사실들을 밝혀냈습니다. 매미나 여러 곤충은 주로 수컷이 노래합니다. 그래서 과학은 수컷이 암컷과 짝짓기를 하기 위해서 노래한다고 합니다. 암컷이 수컷의 노래를 듣고 마음에 드는 수컷을 선택한다는 것이죠. 이것은 사실일까요?

150년 전쯤 프랑스의 곤충학자 파브르의 연구도 이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매미와 곤충들을 관찰한 결과 매미가 노래하는 이유는 짝짓기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매미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3년에서 길게는 17년까지 땅속에서 유충으로 살아갑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매미의 경우 5년 혹은 7년 동안 깜깜한 땅속에서 하찮은 벌레로 살다가 지상으로 나와서 한 달 정도 우리가 아는 매미의 모양으로 살다가 죽습니다. 그중 짝짓기는 땅 위로 올라온 지 약 2주가 지나 이뤄지는데, 파브르는 수컷 매미가 짝짓기 이후에도 죽을 때까지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수컷의 노래가 짝짓기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 이후에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아야 하는데 죽는 순간까지 계속 노래하는 걸 본 거죠. 이는 파브르의 첫 번째 관찰 결과입니다.

두 번째 관찰은 암수 매미가 가득 매달려 있는 나무 위에서 고막이 터질 듯 노래하는 수컷의 노랫소리에 반응하는 암컷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수컷의 노랫소리를 듣고 짝짓기로 이어지는 경우를 관찰하지 못한 거죠. 혹시 암컷이 수컷의 노래를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한 그는 마을 잔칫날 관청에 부탁해 매미가 사는 나무 아래에서 축포를 쏘게 했습니다. 대포 소리에 창문이 깨질 정도였지만 나무 위 매미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노래를 이어갔습니다. 매미의 청력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그렇다면 수컷의 노래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라 보기 어렵지 않을까요.

파브르는 이제 매미를 해부해 봅니다. 수컷 매미의 뱃속은 텅 비어 있어 마치 바이올린의 공명통처럼 큰 소리를 내는 구조였습니다. 반면 암컷의 뱃속은 알로 가득 차 있어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구조였지요. 파브르는 다른 곤충들도 관찰했습니다. 베짱이나 메뚜기 같은 곤충들도 암컷은 거의 소리를 내지 않거나 매우 작게 냈고, 일부 여치붙이류는 암컷도 노래했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였습니다. 결국 ‘수컷만 노래하고, 그 이유는 짝짓기’라는 설명은 곤충 세계 전체를 아우르기엔 부족한 이론이라는 게 파브르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곤충들은 왜 노래하는 걸까요. 파브르는 생명을 찬양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았어요. 긴 시간 땅 밑 어둠 속에서 흙을 파면서 하찮은 벌레로 살다가 아름다운 몸매에 우아한 옷을 입고 땅 위로 나온 생명의 환희, 햇볕을 마음껏 쬐면서 달콤한 나무즙을 빨아먹는 생의 즐거움을 노래한다는 거죠. 파브르는 곤충의 이런 본능이 창조주 하나님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했어요. 매미의 노래 역시 생명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과 연결된다는 얘기입니다. 수컷은 목청껏 소리 높여 노래하고, 뱃속에 알이 가득한 암컷은 창세기 1장의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기쁨을 말없이 노래하고요.

곤충들이 생명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현대과학은 이런 주장을 좋아하지 않지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종교적 편견이라고 몰아세우죠. 짝짓기와 같은 실용적 목적을 타당한 이유로 들면서 말이죠. 실제로 후대에 편집된 ‘곤충기’ 일부 판본에서는 파브르가 했던 신앙고백들이 삭제되기도 했습니다.

매미는 빛을 아주 좋아합니다. 조명이 환한 도시에서 늦은 밤까지 울어대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시끄러운 매미 소리가 어떻게 들리나요. 슬픈 울음으로 들리지는 않지요. 매미나 곤충을 붙잡으면 날카로운 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는 확실히 두려움과 공포의 소리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들리는 매미 소리에는 힘이 넘칩니다. 정말로 생명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노래하는 건 아닐까요. 올여름 매미와 같은 곤충의 노래를 들으며 생명을 만드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면 합니다.

성영은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