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마주한 볼보의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C90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11.2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였다. 볼보코리아는 여기에 수입차 최초로 네이버웨일 브라우저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유튜브, 네이버TV, 쿠팡플레이,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할 수 있다. 퀄컴의 차세대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을 통해 반응 속도를 배 이상 높였다. 삼성전자 갤럭시 탭이나 애플의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PC를 차량용 디스플레이로 사용한 셈이다.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나 앱을 홈 화면에 별도의 아이콘으로 빼놓을 수도 있다.
“아리아, 목적지로 이동해줘”라고 말하자 볼보코리아 직원이 미리 설정해 둔 인천 영종도의 한 카페로 내비게이션 티맵이 안내했다. 평소 수입차를 시승할 땐 스마트폰으로 카카오맵을 켜고 같이 본다. 수입차 내비게이션은 한국 지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차는 티맵을 탑재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출발해 왕복 약 140㎞를 주행했다.
주행을 하는데 안전 안내 문자가 왔다. 폭염이 지속되고 있으니 외출을 자제하라는 내용이었다. “아리아, 무더위에 듣기 좋은 노래 틀어 줘”라고 하자, 영국 하이엔드 스피커 바워스앤드윌킨스의 프리미엄 사운드시스템에서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흘러나왔다. 평소 음질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데, 이 스피커는 확실히 달랐다. 볼보는 2023년에 수입차 최초로 SK텔레콤과 300억원을 투자해 티맵, 인공지능(AI) 비서 누구(NUGU), 음악스트리밍서비스 플로(FLO)를 탑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했다. 음성 인식률은 96%를 넘는다.
내비게이션 설정, 음악 재생, 에어컨·히터 작동 등을 모두 음성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웬만해선 운전 중 핸들에서 손을 뗄 필요가 없었다. 안전의 대명사인 볼보가 핸들에서 손을 놓는 순간의 위험을 방지하려는 것 같았다.
볼보는 지난 2일 신형 XC90을 출시하면서 그릴에 대각선 라인을 넣었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LED 헤드라이트의 망치 손잡이 부분을 늘려 중앙 그릴에 닿게 했다. 전반적으로 튀는 부분이 없다. 개성이 뚜렷하진 않지만 그래서 질리지 않는 중후한 멋이 있다. 스웨덴의 크리스탈 브랜드 오레포스가 제작한 크리스탈 기어노브가 은은함을 더했다. 갈색의 나파 가죽시트와 나무 소재가 어우러져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줬다.
가속 페달을 서서히 밟자 차량이 매우 부드럽게 앞으로 나갔다. 진동이 거의 없었다. 1억원이 넘는 고가 차량에 주로 적용하는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한 덕이다. 시속 100㎞ 이상 고속 주행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외부 소음을 잘 차단해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승 트림인 ‘B6 AWD 울트라’는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42.8㎏·m의 성능을 낸다. 가격은 9990만원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