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사업 수요예측에 따른 혈세 낭비 논란을 빚었던 용인경전철(사진) 사업과 관련해 당시 사업을 추진한 용인시장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본 하급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16일 확정됐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치적 치적을 쌓기 위해 대규모 민간투자사업을 무분별하게 벌인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사업타당성 조사를 맡았던 한국교통연구원의 연대책임도 인정됐다. 용인시민들이 주민소송을 제기한 지 12년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낸 손해배상 청구 주민소송 재상고심에서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연구원에 대한 청구 부분은 그대로 인정하고, 한국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 개인에 대한 부분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판결로 주민소송 청구는 대부분 인용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손해배상액으로 214억6000여만원을 책정하고 용인시가 이 전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라고 판단한 원심은 확정됐다.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용인시장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60일 안에 이 전 시장 등에게 배상금 지급을 요청해야 한다.
앞서 용인시는 이 전 시장이 재임 중이던 2004년 사업시행자와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용인경전철 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당시 1일 예상교통수요를 13만9000명으로 책정했는데, 2013년 실제 이용수요는 1일 평균 9000명에 불과했다. 이에 용인시 주민들은 2011년까지 사업에 투입된 1조32억원을 용인시가 입은 손해로 보고 2013년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2005년 주민소송 제도 도입 이후 지자체가 시행한 민자사업을 문제 삼은 첫 사례였다.
1·2심은 청구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020년 7월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어 지난해 서울고법은 이 전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담당 연구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주민소송단은 “‘눈먼 돈’이라는 오명을 썼던 혈세 낭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주민 손으로 가능함을 보여준 역사적 판결”이라고 밝혔다.
정현수 양한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