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격노 있었다” 진술 3명째… ‘수사 외압’ 규명 급물살 전망

입력 2025-07-16 18:40 수정 2025-07-17 00:31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채해병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박 단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격노)설이 아니라 사실로 규명이 됐으니 모든 게 제대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웅 기자

채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팀이 이른바 ‘VIP 격노설’을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세 번째 진술을 확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들이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으면서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격노 이후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가 바뀌게 된 과정을 수사할 계획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채해병 특검은 전날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격노하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왕 전 비서관은 나중에 뉴스를 보고 당시 회의가 채해병 사망 사고와 관련됐다는 걸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현재까지 당시 회의 참석자 7명 중 3명으로부터 VIP 격노설을 인정하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지난 11일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14일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의 보고를 받고 격노하는 걸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는 내용이다. 윤 전 대통령은 해병대 수사단의 채해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피의자로 지목한 초동조사 결과에 대해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 대상은 이 회의 이후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꾸게 하는 지시를 누가 내렸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특검은 이날 최초 수사 기록을 이첩받고 국방부 검찰단으로 기록을 넘겨준 최주원 전 경북경찰청장(치안감)과 윤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도 불러 조사했다. 강 전 실장은 회의 참석자는 아니지만 당시 임 전 비서관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건희 특검은 이날 김 여사의 ‘집사’로 불리는 김모(48)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은 영장 발부 직후 김씨의 여권 무효화 조치에 돌입했다. 김씨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뒤 현지에 머무르며 특검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특검은 김씨가 대주주였던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가 김 여사를 연결고리로 여러 대기업과 금융회사로부터 180억원 상당을 투자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이서현 박재현 기자 hy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