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시 건전성 감독, 즉 개별 금융사를 들여다볼 권한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거시 건전성 정책이 결정될 때 한은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6일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금융저널(JIMF)과 함께 주최한 행사의 기조연설을 통해 “한은은 주요국과 달리 거시 건전성 정책 수단과 미시 건전성 감독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정책 대응의 신속성과 유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은행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적 장치를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앞서도 개별 금융사의 재무 상태와 내부 통제 수준 등을 직접 들여다볼 권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국정기획위원회에 전달했다.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시스템상 위험을 억제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한은은 금융 시장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즉각 유동성을 공급해 안정을 유지하는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는 만큼 개별 금융사, 특히 제2 금융권을 들여다볼 권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한은은 은행권에 한해서만 금융감독원과 공동 검사를 나갈 권한을 갖고 있다. 제2 금융권은 한은 입장에서 ‘깜깜이’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때 증권업계가 금융 시장을 ‘돈맥경화’ 상태로 만들었을 때도, 2023~2024년 저축은행권과 상호금융권, 캐피털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몰두하다 부실 위기에 놓였을 때도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확대 등을 통해 문제를 수습한 것은 한은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는 한은이 무작정 사고를 낸 개별 금융사의 뒤처리만 하라는 구조다. 그 회사가 왜 사고를 냈는지 알 필요도 없고 재발을 어떻게 막을지 고민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은 중앙은행에 개별 금융사 감독 권한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