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PEC 100여일 앞… 실용외교·손님맞이 빈틈 없어야

입력 2025-07-17 01:30
김민석 국무총리가 16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 호텔에서 열린 제48회 대한상공회의소 하계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 총리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 "대한민국은 평화와 지식과 문화와 공존의 질서를 제시하는 (세계적인) 주도국가로 갈 수 있다"면서 "그것의 시작이 내란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K-APEC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31~11/1)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개 회원국 정상들에게 초청장을 보낸 데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는 일주일 새 두차례나 경주를 방문, 준비 작업을 점검했다. APEC 정상회의는 이재명정부 출범 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다자무대다. 글로벌 통상·안보 질서가 격변에 휘말린 시기에 열리는 만큼 호스트인 대한민국의 중재 역할에 세계의 눈이 쏠릴 것이다.

APEC 정상회의는 매번 역내 경제 및 외교 문제를 다뤘지만 올해의 경우 의미가 남다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무역, 안보, 외교의 글로벌 질서가 급변하는 와중에 갈등과 분쟁의 당사자들이 빠짐없이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참석 여부가 가장 큰 관심이다. 관세 전쟁, 국방 전략 문제로 미·중 관계는 어느 때보다 악화됐다. 경주에서 양국 정상이 대화로 각종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찾는다면 의의는 클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양안 갈등의 당사자인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만 라이칭더 총통에게도 초청장을 발송했다. 회원국은 아니지만 정부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초청 가능성도 열어뒀다. 예단은 금물이나 이들이 참석하면 역내 경제 협력 및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외빈 초청을 위한 외교력 발휘 못지 않게 중요한 건 국내 손님맞이 준비다. 새 정부 출범 후 4개월 여만에 열리면서 인프라 준비 등 상황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현재 만찬장 공정률은 20%대, 각국 정상과 수행원, 경제계 인사들이 묵을 숙소 공정률도 50% 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APEC 지원 특별위원회는 최근 외교부와 경북도, 경주시 등의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회의가 코앞인데 국제 행사의 기본적 사안조차 해결이 더디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불과 2년 전 준비 소홀과 무능 행정으로 외국 손님 앞에서 대회를 망친 ‘새만금 잼버리 사태’의 악몽이 선연하다. APEC의 무게감은 잼버리와 비교할 수 없다. 성공적 개최는 국격과도 연계된다. 범정부적 기구를 통해서라도 APEC의 진척 상황을 매일 점검하고 알려야 한다. 밖으로는 새 정부의 실용·중재 외교의 성과를 보여주고, 안으로는 손님 환대에 빈틈이 없어야 할 이 대통령의 역할이 막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