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예순다섯 해 동안 만난 수많은 역경은 나를 상처 입은 피해자에서 상처 입은 치유자, 그리고 마침내 치유받은 치유자로 빚어내신 하나님의 훈련과정이었다.
“주님, 다시 일어서는 법을 깨우쳐주시고 무릎 꿇는 것 또한 잊지 않게 하소서.” 내내 붙들었던 기도였다. 수없이 넘어졌다. 내 힘으로 일어서보려 발버둥 치고 몸부림치며 가슴을 쳤다. 더 이상 일어설 힘조차 없어 주저앉아 포기하려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하나님께 항복선언을 했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뒷전에 밀쳐두었던 하나님은 나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됐다. 하나님은 매번 말씀으로 찾아오셨고 말씀은 나를 역경에서 건져 올렸다. 나는 말씀 앞에 부서졌다. 다윗의 고백이 나의 고백이었다. “바로 내가 큰 죄를 지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주님, 이제 이 종의 죄를 용서해주시길 간구합니다.”(삼하 24:10) 용서하고 용서받으니 은혜가 흘렀고 평화가 찾아왔다.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었다.
이 모든 역경을 거치는 동안 참으로 오랜 세월을 견디며 함께 해온 사람이 있다. 남편 송길원이다. 내게 춤 DNA가 새겨져 있듯 그에게는 가정사역 DNA가 새겨져 있다. 배운 가정사역자가 아니라 타고난 가정사역자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내가 가정사역자 신체심리학자 그리고 몸엔춤예술가가 된 것은 남편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사랑은 십자가 사랑을 닮은 사랑이었다. 포기하지 않는 사랑, 넘치는 사랑이었다.
하나님은 올해 33주년을 맞은 하이패밀리에 새로운 꿈을 주셨다. 처음엔 선교사들을 위한 중증외상센터 건립이었다. 몸 마음 영혼 가정까지 무너진 채 귀국하는 선교사들이 너무 많았다. 하나님은 이 선한 꿈을 지원하셨다. 기독교계 최초로 정부 기금 6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프로젝트명도 GMC(기독교문화체험관) 건립으로 바뀌었다. 하나님의 꿈은 우리의 꿈보다 컸다.
하나님은 선교사뿐만 아니라 교회를 넘어 세상을 품으라고 명령하셨다. 시대적 아픔이자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노령인구 1000만 시대와 우울증 환자 100만 시대에 공감의 마음으로 다가가길 원하셨다. 돌이켜보니 가정사역과 함께 GMC에서 펼쳐질 문화예술사역 콘텐츠가 이미 준비돼 있었다. 남편이 오랜 시간 구상한 장례문화혁명과 내가 하는 예술을 통한 4차교육·치유혁명이 그것이다.
또 다른 목표는 키즈 예술놀이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5년 사이 6~11세 아동의 우울증이 두 배로 늘어났다. 약봉지를 한 아름 안고 찾아온 열 살 아이를 보며 절로 탄식이 나왔다.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몸맘건강교실 창의상상교실 감정소통교실 품성인성교실 중독예방교실 등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우려 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못해 황홀하다.
나는 또다시 꿈을 꾸며 남편과 함께 역경의 파도 위를 춤추듯 항해하고 있다. 우리의 손을 잡고 함께 노 저어줄 더 많은 항해자를 기다리며….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