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입력 2025-07-17 03:03

“그 때에 많은 사람이 실족하게 되어 서로 잡아 주고 서로 미워하겠으며… 불법이 성하므로 많은 사람의 사랑이 식어지리라.”(마 24:10, 12)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와닿는 말씀이 아닐까 생각된다. 정치 이념,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 현상은 배려와 용납과 기다림이라는 개념과 가치를 후퇴시켰다. 교회 공동체 안에 형성된 정치 이념의 양극화는 대화의 장을 가로막고, 수군거림을 늘어나게 하며, 결과적으로는 공동체의 가치와 의미를 바닥부터 훼손하게 된다. 인내를 가지고 다른 의견을 듣는 것조차 거부된다.

챗GPT에 한국교회를 통한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지 질문했더니 4쪽에 이르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제의 원인과 결과, 해결 방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교회의 책임과 역할에 관한 내용도 덧붙이거나 반박할 필요가 없는 훌륭한 답이 나왔다. 궁금하다면 지금 챗GPT에 질문해 보라.

인공지능(AI)도 아는 사실, AI가 제시한 납득할 만한 해결 방법을 교회 공동체는 왜 고민하지 않을까. 고민을 한다면 왜 실천을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까.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엡 2:14)

이 시대 한국사회와 교회에서 결핍된 것이 있다면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드러내는 일’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양극화뿐 아니라 전 세계가 전쟁의 소식으로 혼돈 상황인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필요한 단어는 ‘화평케 하는 자’이다. 교회의 핵심적인 사명 중 하나는 전쟁과 분열과 상함이 있는 곳에 화평과 회복의 복된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분열로 무너진 담벼락을 막아서는 일, 약육강식이 옳다고 하는 세상에 약한 자들과 함께 우시는 하나님을 생각하는 교회가 이 세상의 소망이다.

화평은 무조건적인 타협이나 봉합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예수님이 유일하신 하나님이라는 변할 수 없는 전제 아래, 나의 해석과 방법에서 한계와 오류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중요한 자세 중 하나는 경청이다. 마음과 귀를 열고, 상대의 견해를 듣고, 온유하게 질문하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배척하고 귀를 닫는 시대를 거스르고, 예수님께서 우리를 세상에 보내신 사명의 빛을 발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교회 공동체 안에서 대화를 회복하고 다른 입장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는 것에서 출발하자. 진리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타협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전도와 선교는 이런 삶의 태도 없이는 불가능하다. 같은 공동체는커녕 전혀 다른 종교인,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입장을 강요한다면 만남 자체가 불가능하다. 피전도자들이 기적적으로 복음을 수용하는 일이 있을 수 있으나 복음을 전하는 사람의 태도와 삶의 가치에 영향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고 본질적이다. 이 본질은 끊임없는 노력과 시도를 통해 공감으로 이어진다. 혼돈의 시대이지만 한국교회 공동체 안에 화평을 이루는 자들이 많아지길 세상이 기대하고 있다. 사랑 가운데 신뢰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공동체로 회복될 때 세상이 하나님 안에 있는 사람들의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늘 나와 대화를 해야 할 사람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와 진리 가운데 평화를 나누며 나와 다른 점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고 시도해 보자. 거기에서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올바른 자세의 첫걸음이 떼어질 것이다. 거기에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시작될 것이다.

이대행 엠브릿지 대표

△숙명여대(BA) △총신대 선교대학원(MA) △선교한국 전 사무총장 △제4차 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회 총괄기획본부장 △714연합기도운동 공동본부장